지승룡 < 신흥증권 사장 srji@shs.co.kr > 항상 바쁜 일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가지기 힘든 직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다가 책을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TV를 필두로 각종 언론에서 대대적인 책읽기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어 독서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을 감안해 전직원들의 집으로 책을 한 권씩 보내기로 했다. 과거에도 몇 번 책을 선물한 적이 있지만,대부분 경영관계 서적이나 조직관리 등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로 골라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색다른 책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장 지오노가 쓰고 프레데릭 바크가 그림을 그린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동화책이었다. 여름 휴가철이라는 점도 감안해 딱딱한 내용보다는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을 고르게 되었다. 숯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계를 계속하느라고 완전히 파괴돼 황폐한 숲을,엘제아르 부피에라는 노인이 매일 1백개의 도토리를 심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혼자서 거대한 숲을 이뤄내게 되었고,이에 따라 숲을 떠났던 사람들까지도 돌아와 행복한 마을을 이루고 살게 되었다는 단순하지만 감동적인 실화다. 근래 증권업계를 비롯한 금융권에서 각종 사건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다. 벤처 열풍에서 비롯된 한탕주의 심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사회적으로도 각종 복권의 최고 당첨금액이 점점 더 높아지고,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등 투기 심리가 점점 더 심화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치열해진 경쟁에 따른 과다한 업무 부담과 지속적인 금융권의 구조조정으로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게 된 일부 금융회사 직원들의 불안감이 도덕적 해이를 넘어 각종 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제자리를 지키면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해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이제 수마가 할퀴고 간 한여름의 무더위도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한탕주의의 꿈에서 벗어나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하여,건강한 사회를 위하여,미래를 가꾸기 위하여 묵묵히 도토리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이룬 사람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면 거기에 보다 많은 엘제아르 부피에 노인이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보통 어떤 일이 조용히 처리되면 그 일이 저절로 해결된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묵묵히 그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