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1944년생 동갑내기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에 미래를 걸었다. 김준기 회장과 함께 제조 금융 각 부문에서 그룹을 움직이는 6명이 공교롭게도 44년생들이다. 장기제 금융부문 부회장,이명환 (주)동부 부회장,이수광 동부화재 사장,김국일 동부엔지니어링 사장이 모두 동갑이다. 지난 2일엔 같은 나이인 신영균 전 대우조선 사장이 동부한농화학 새 사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한신혁 그룹제조부문 부회장까지 포함시키면 44년생은 한명 더 늘어난다. 한 부회장은 45년생이나 생일이 1월이어서 44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사실상 44년생 대열에 합류시켜도 무방하다. 그룹의 종합금융그룹화를 주도하는 장기제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도투락 법정관리인을 맡다가 97년 영입됐다. 반도체사업 추진과 관련한 기획·자금 업무와 그룹 종합조정실 전무를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동부생명 사장으로,지난 3월에는 금융부문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한신혁 부회장은 신규사업 기획 및 구조조정작업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74년 동부건설에 입사한 후 91년부터 97년까지 그룹 종합조정실장을 맡았다. 때문에 김준기 회장의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인물로 통한다. 이명환 (주)동부 부회장은 삼성코닝 이사,삼성비서실 상무,삼성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주)동부 사장을 거쳤다. 성과주의 경영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조직·인사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동부가 맡고 있는 컨설팅 기능과 감사기능을 통해 그룹 각 사업부문의 자율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부그룹에 동갑내기 CEO들이 많은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김준기 회장의 인재확보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1969년 24세의 나이에 미륭건설을 창업해 오늘날의 동부그룹을 이룬 김 회장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외부수혈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인재를 확보해 왔다. 한 인물을 영입하면 그를 통해 또 다른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97년 당시 동부전자 한신혁 사장의 추천으로 영입된 장기제 부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장 부회장은 한 부회장의 대학동기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주변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특히 동질성을 느끼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같은 세대의 인물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