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남지방의 제방이 붕괴되는 기록적인 홍수 피해가 있었다. 그리고 태풍 '루사'가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재산피해 규모는 3일 현재 8천7백70억원으로 99년 태풍 '올가'때 1조7백4억원의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연속적인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가,그리고 우리의 대처 능력에 미흡한 점은 없는가를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기상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경비가 소요된다. 또한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수백년에 한번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많은 경비를 들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자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큰 경비가 든다 할지라도 반드시 적절한 대응수단을 갖춰야 한다. 만약 같은 형태의 자연재해가 거듭 발생한다면 우리의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이러한 재해는 인재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상재해는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듯이 기상이변과 기상재해가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나고 있고,그에 따른 재해는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의 우리나라 기상재해는 80년대의 10배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재해의 증가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유럽의 기록적인 홍수,중국 양쯔강 유역의 홍수,중국 동북부와 아프리카의 가뭄,북미의 허리케인 피해 등은 전 지구적 기상 피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계에선 이러한 이상기상의 증가가 산업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상재해에 경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발생 빈도를 알아야 한다. 현재까지 저수지와 댐을 설계하는데 과거의 기상 통계가 가장 주요한 자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과거의 자료를 토대로 한 기상재해의 대응은 재고되어야 한다. 20세기 10년에 한번 나타나던 현상이 21세기 들어 매년 발생한다면 대응 수단은 당연히 과거의 자료가 아닌 21세기의 예측자료를 사용해 설계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러한 예측 자료의 생산을 위해서는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연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기상재해의 대응 수단을 강구하는데 있어 기후환경 평가를 제도화해 효과적으로 기후변화 정보를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대응 수단의 불완전성이다.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지만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재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재해를 극복할 다양한 대응 수단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기상재해에 의한 직접적인 재산피해가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고 있는 현 시점에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기상재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태풍 등 날씨보험이 일반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해안가의 건물에 대해서는 태풍보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태풍보험액은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분야에서 담당하는 자연재해 부분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기상재해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민 각자가 피해에 대비하려고 해도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재해가 날 때마다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 선진국에서 시작하고 있는 재해채권(catastrophic bond) 등 민간 분야의 위험관리 수단도 제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민·관이 함께 기상재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체제가 빠른 시일내에 갖춰져야 한다. kang@climate.snu.ac.kr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