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한미은행 등 일부 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영구사채 발행을 시도한다는 보도다. 자기자본비율(BIS)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증권 자회사 인수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취지인 모양이다. 영구사채는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되 상환 만기가 없기 때문에 후순위채보다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또 투자상품의 다양화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 유통시장이 매우 협소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 신종채권이 순조롭게 소화될지부터가 의문이고 은행들이 기존의 후순위채조차 상환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새로운 영구사채 발행을 구상하게 된 배경도 적잖이 의문스러워 당국과 우리은행 등의 이같은 움직임을 액면대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하겠다. 은행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원론적인 방법은 주식발행,즉 증자를 실시하는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당국과 은행이 굳이 이자부담이 영구히 계속되는 채권을 발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은행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정부가 추가로 증자대금을 납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증자를 실시하려면 새로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편법적으로 영구사채라는 묘안을 냈을 것이라는 말이다. 상장 회사가 증시 상황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본금의 증액조차 추진할 수 없다면 이는 자본구조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이런 면에서도 정부 소유 은행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주인을 찾아 민영화하는 것이 원칙에 맞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은행들이 내실보다 덩치키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영구사채는 일시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자체로 이자부담이 영구히 계속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기자본을 늘리자는 당장의 필요성만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영구사채의 소화 자체도 의문스런 상황이다. 영구사채와 자금흐름이 비슷한 연기금에 강제로 인수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연기금의 자율적인 운용을 제약하고 장기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역시 민영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