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우리가 나서 구슬에 실을 꿰는 작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회의 벽두에 남측 위원장인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은 회의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이같은 각오만큼이나 이번 경협위 회의 성과는 화려하다. 무엇보다 남북 양측은 주요 현안의 시행일정을 확정했다. '∼쯤' 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일정을 잡았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실천의지가 여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경의선 철도와 도로연결 공사를 오는 18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이래 반복된 '가다 서다 공사'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8월 현대와 북측간에 건설을 합의한 뒤 공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도 올해중 착공키로 하고 내달중 실무협의회를 열기로 해 남북경협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남댐(금강산댐)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16∼18일 개최키로 한 것도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번 회의를 지켜보면서 '기대반 걱정반'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북측은 지난달 장관급회담에서 뿐만 아니라 이번 경추위 회의에서도 전례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거처럼 자구 하나 가지고 시비를 거는 태도도 사라졌다. 하지만 경의선 연결사업이 2000년 6월 이후 무려 여덟차례의 '합의'만 되풀이해 온 점을 생각하면 선뜻 기대감이 가지 않는다. 이번 회의에서 양측이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 등 4개 경협합의서의 발효 시기를 '빠른 시일내'라고만 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향후 남북간 정치적인 풍향에 따라 얼마든지 지연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사안이다. 경협위 박창련 북측 단장은 이번 회의에서 줄곧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이 말이 '헛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되길 기대해본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