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은 자기경영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다스리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자기경영의 핵심은 바로 일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슨 직업에서 보람을 찾을 것이며 어떤 직장에서 승부를 걸 것인가의 문제다. 경제 위기 이후 '준비되지 않은'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자 서점가엔 이들의 상처를 겨냥한 자기경영서들이 봇물을 이뤘다. 그 주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 하나다. 아주 열정적으로 일하라는 것이 두번째다. 자기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을 해왔던 이들에겐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열정이란 단어는 다시 시작하겠다는 이들에게 비장감까지 더해주었다. 주위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 늘고,꿈꿔왔던 일을 결행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는 이같은 배경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데 있다. 이유가 뭘까. 이 두가지 행동준칙이 빠뜨리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돈이 흘러다니는 시장이다. 열정을 불살라가며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돈은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란 믿음은 너무 순진한 것이다. 자기가 잘하는 일에 사력을 다하는데도 먹고 살지 못하면 어찌되겠는가. 이는 기업으로 가면 더 분명해진다. 사원들이 모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핵심사업으로 삼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을 잊고 일했는데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회사가 망한다. 잘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고,열정은 발현될 곳이 없어진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라도 과연 사 줄 사람은 있을지,수입은 괜찮을지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혁신활동도 비용만 많이 든다면 포기하는 게 낫다. 미국의 경영이론가 짐 콜린스가 근작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선보인 '고슴도치 컨셉트'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교활한 여우의 온갖 공격을 이겨내는 고슴도치의 생존 방법을 '단순한 집중력'으로 풀이한다. 가시를 세우고 몸을 공처럼 말아버리는데야 여우가 잡아먹을 재간이 없다는 설명이다. 콜린스는 집중할 분야를 고슴도치처럼 단순화하되 '최고가 될 수 있는 일'과 '깊은 열정을 가진 일'에 더해 '경제엔진을 움직이는 것'을 절대 빠뜨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경제엔진을 움직이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다. 기업으로 보면 현금흐름이다. 개인으로 좁혀보면 매달,매년 버는 수입이다. 훌륭한 비즈니스모델과 헌신적인 직원들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 중 적잖은 업체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도 바로 돈 때문이다. 시장을 생각하는 자세,돈을 잊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경영혁신도 자기경영도 가능해진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