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현장에 쓸만한 인력이 크게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이공계 출신 대학졸업자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산업계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자원.원자력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이공계 출신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정보.통신.컴퓨터분야에서도 공급(전문대 졸업자 포함)이 7만4천명으로 수요보다 9배나 많다. 그러나 고급두뇌는 오히려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결과 올해 IT(정보통신)분야에서는 석 박사급을 포함,3만3천명이 모자랄 것으로 전망됐다. '풍요속의 빈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양적.질적 미스매치(mismatch) 심화=양적인 면에서는 전부문에 걸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항상 부족한 '미스매치'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8만5천명. 이 가운데 취업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절반은 남아돌았다. 그런데도 산업현장에선 엔지니어가 모자라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전국 주요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2천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만3천여명의 기술인력(기능직 제외)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생산기술직에서 현재 인력보다 33.5%,전문기술직과 연구직에서는 각각 25.6%와 9.7%의 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부족분은 기계 6.1%,섬유의복 4.2%,전기전자 3.7%,음식료 3.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쓸 만한 전문기술직을 구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중소기업들에 부족한 전문직은 3천명,기술직은 6천3백명에 달하고 있다. ◇2006년엔 이공계 모자란다=산업자원부가 2010년까지 기계·자동차 조선 섬유 철강 화학 반도체·전자 에너지 등 7개 산업의 기술인력 수급을 전망한 결과 2006년 이후에는 질적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절대적인 수치에서도 연 1만8천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자동차분야에서는 학사급 인력만 연 1만명 가량 모자라고 석·박사급도 각각 1천6백명,3백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전자분야는 고급 기술인력의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학사급 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지만 석·박사급은 연 5천6백명이나 모자랄 것으로 추정됐다. 박사급 인력은 전 업종에 걸쳐 모자랄 전망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주력 기간산업의 혁신은 무엇보다 세계적 수준의 산업기술인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며 "주력 산업 관련 학과에 대한 기피현상에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 일류 산업강국을 목표로 하는 2010년 산업발전 비전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유망 신기술분야인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항공우주기술(ST) 환경기술(ET) 콘텐츠기술(CT) 등 '6T'에서는 이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과학기술부가 산업계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2006년까지 신기술 분야별 인력 수급을 추정한 결과 6T분야에서 학사 이상의 인력이 모두 20만8천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산업에 걸쳐 인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IT분야에서는 15만6천명이 모자라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구조변화에 못따라가는 인력양성 체계= 80년대 중반 이후 산업구조의 발전과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개인의 직업능력 개발욕구를 수용하지 못해 산업현장과 기술인력들이 유리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정부의 기술 인력정책이 미흡하고 대학 등의 기술교육이 산업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채 이뤄지면서 양적·질적인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