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쟁력 강화는 경제·사회 모든 분야의 핵심과제가 됐다. 1차적 과제는 지난 40여년 성장 위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거품을 제거하고,비합리적인 관행과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조직과 인원을 축소하고,창의적인 생산활동과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전개했다. 이 같은 노력은 행정규제 완화,국민의식 개혁과 경제구조의 혁신으로 이어지면서 대외신인도 회복,외환위기 극복 및 경제 체질개선 등의 효과를 거두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노력은 제도·관행 및 경제체질 등 한국의 상부구조 혁신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민생활환경의 구조조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낙후된 구조와 물적 기반이 취약한 도시를 혁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시는 도로망,옥외공간과 녹지 및 하수처리 등 물적 기반이 취약하고,토지이용 패턴이 무질서해 삶의 질 저하와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도시들이 장기 비전과 계획없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돼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도시기반 정비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누적된 도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도시정비의 대표적 수단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주택공급확대라는 단편적 목적을 위해 산발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생활과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거점으로 도시를 혁신하여 쾌적하고 효율적인 국가발전 선도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기반의 혁신을 위해서는 산발적으로 추진돼 온 도시재개발 재건축사업을 축소 또는 재조정해야 한다. 기존의 재개발사업 방식은 주택공급의 확대에 치중함으로써 과밀 혼잡 및 공공시설부족 등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사업은 사업의 수익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개발밀도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투기심리 유발 및 집값 상승 등 사회적 부작용마저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정비사업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과 같은 소단위 추진방식을 억제하고,가로망 녹지공간 및 교육 문화 여가 쇼핑시설을 종합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신도시형 도시정비사업 추진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광역적인 근린주거단위 도시정비사업은 도시의 구조적 결함을 제거하고,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시개조방식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도시별로 도시 혁신의 미래상과 종합설계안을 마련,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은 대표적인 도시개조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도시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구상과 도시정비의 청사진부터 제시,사업추진이 도시개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신중성이 요청된다. 기존 도시의 개조는 막대한 투자자원의 동원과 정치·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도시개조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는 경우 효율적인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도시개조사업을 21세기 국가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제 차원에서 정부가 재정지원 및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 도시개조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인 조정과 민간부문의 참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광범위한 토론과 참여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구상 및 계획,설계단계부터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관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 도시개조는 단순히 개별도시의 물적 시설 개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국가발전과 경쟁력에 관한 문제다. 기술혁신과 생산양식의 변화 등 사회·경제체제의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도시개조의 필요성이 국가의 하부구조 혁신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높아지고 있다. 도시 혁신문제는 시기를 놓치면 추진이 어렵게 된다. ywkim@krihs.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