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된 지 한달도 못돼 다시 장대환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었다.

이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인 김종필씨에 대한 총리 인준동의안이 소위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의 투표저지에 의해 표결 도중 중단되었고,그후 1백76일 만에 가까스로 서리 꼬리를 떼었던 점을 상기하면,이 정부는 총리인준표결중단사태로 시작해 인준부결로 막을 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부 들어 총리인준 관련 정치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여소야대의 정치환경,그리고 국민들까지 공직임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청문회'라는 민주적 제도의 도입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십 창출에 실패하고,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답습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 헌법 86조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이 조항은 민주화 이전에는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집권당이 항상 원내 과반수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국회동의' 절차라는 것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는 국회의 동의권을 부활시켰고,결국 국회의 동의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와 헌법구조가 유사한 프랑스가 여소야대가 발생하면 동거정부를 탄생시키고 야당 소속 총리와 대통령이 권력을 나누었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위헌적인 총리서리체제를 유지하며 야당의원 빼내오기를 하느라 가장 중요한 취임 초 6개월을 허비했던 것이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정식으로 도입된 인사청문회제도는 국회 동의 뿐만 아니라 국민 동의까지도 필요하도록 인사권을 더욱 분산시켜 놓았다.

이제는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국민들의 잣대로 공직자를 판단하도록 제도가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정치권의 잣대로 검증된 총리후보를 지명해 화를 자초했던 것이다.

이제 현 정부에 남은 시간은 4개월 남짓이다.

위헌적인 총리서리체제를 고집하기보다는 파행적 운영을 거듭해 온 총리제도를 정상화시키고,인사청문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치권 또한 조속한 제도적 보완이 없으면 다음 정부 역시 똑같은 정치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네 탓'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첫째,위헌논란이 많은 총리서리제도 대신 총리대행제도를 공식화해야 한다.

해임이나 유고 등에 의해 총리가 공석인 경우 다음 총리가 국회의 인준을 받아 임명될 때까지,그리고 총리의 잔여임기가 6개월 미만일 때에는 부총리로 하여금 총리를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에도 국가예산을 지원하고 국가정보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다음 정부의 총리후보자 지명을 위한 검증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 인준이 취임이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취임과 동시에 총리를 임명하고 그 총리의 동의를 받아 국무위원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청와대의 구멍난 검증시스템을 보수해야 한다.

또 국회 역시 후보자의 사생활 침해는 최소화하며,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청문회의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국회가 국가기관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계법을 정비하고 국회의 조사인력을 확충해 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 사전 조사 결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자질에 미달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 이전에 자진 사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비에 붙여 후보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역대 행정부의 실패가 '깜짝인사''편중인사' 등 인사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때 청문회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양당이 모두 청문회 확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굳이 대선 이후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msmg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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