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떠나야 숲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던가. 해외출장을 가보면, 현지인들의 태도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읽을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위성TV 관계자들을 만나면 "아, 오셨군요. 반갑습니다"라는 정도다. 업무에 관련된 자료와 편의를 제공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경제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나라엘 가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지난 4월, 정보통신부 관계자들과 중국 러시아 몽골로 출장갔을 때 그들은 진정으로 우리 일행을 반겼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국립대학과 이르쿠츠크사범대학 베이징외국어대학을 방문해 아리랑TV를 시청할 수 있는 위성수신기를 전달했는데 별로 큰 선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거듭 거듭 고마워했다. 그쪽 대학에선 한국어 관련학과가 잇달아 개설되고 있었는데 한국의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위성수신기가 우리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일행은 또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참으로 인상적인 광경을 목도했다. 시내버스들이 여의도 청량리 미아리 등 한글로 된 행선지를 붙인 채 운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일행중 누군가가 "저 84번을 타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몽골의 울란바토르에도 그런 버스들이 많았다. 거리엔 한국식 음식점이 즐비했고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은 아예 한국의 대여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만큼 그들은 한국을 알고 싶어했고, 그들에겐 한국이 유토피아였다. 이렇듯 해외출장을 가보니, 그동안 우리가 소홀하게 여긴 나라일수록 우리의 문화와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이젠 우리의 국제화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을 무조건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제3세계에 우리를 알리고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들이야말로 장차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GNP가 낮다는 이유로 제3세계 국가와 국민들을 홀대해 오지는 않았던가. '한류(韓流)바람'과 더불어 '반한(反韓)기류'는 없는 것일까? 국제화는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그리고 지구촌의 특정 국가가 아닌,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다차원적인 교류와 변화가 바로 21세기형 국제화다. 게다가 TV 시청률 순위에서 아리랑TV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수출한 중고 버스였던 것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지는 않았던가. < ceo3@arirangtv.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