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매각 막바지에 험준한 고비를 넘고 있다. 지난 4월말 GM과의 매각 본계약 타결 이후 비교적 순조롭게 풀려나가던 대우차 처리작업은 협력업체의 물품대금 지급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협력업체들의 움직임이 사전에 감지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현실화되자 대우차는 가동 전면중단이라는 파행을 맞고 있다. 이번 물품대금 지급을 둘러싼 회사측과 협력업체들의 갈등은 일종의 '제로 섬'게임이다. 양측의 상황 논리 역시 팽팽하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 지연으로 거의 부도위기에 몰릴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1999년 8월 대우차 워크아웃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속에서도 묵묵히 역할을 해낸데 대한 '보답'치고는 현행 정리채권 변제비율이 너무 가혹하다는 하소연도 있다. 대우차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떼이게 될 채권단 역시 더 이상의 출혈 지원이 어렵다고 강변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더욱이 예금보험공사가 수많은 은행원들을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하는 상황에서 은행돈을 마음대로 퍼줄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대우차에 대한 정리채권 변제과정도 법정관리 기업에 적용되는 기준을 맞추면 된다는 얘기다. 결국 현행 법테두리 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공익(정리)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정도 밖에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최종 입장이다. 따라서 협력업체들이 '실력행사'를 거두지 않는 이상 대우차는 상당기간 공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로섬 게임의 결말이 마주 보고 달리다 끝내 충돌하고 마는 '치킨 게임'으로 이어질 경우 대우차 협력업체 채권단 모두는 책임론이라는 소모적인 공방전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마침 대우차 재고수준은 이달말 특소세 환원을 앞두고 빠듯한 상황이다. 가동이 계속 중단될 경우 레조를 계약한 4백여명의 고객은 특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고객들이 회사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해 당사자들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