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이어 술에도 건강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발상은 어느모로 보나 이해가 안간다. 복지부의 구상은 음주로 인해 생기는 폐해를 예방하거나 치유하기 위해 올 정기국회에서 정신보건법을 고쳐 주류 출고가격의 5%를 정신보건부담금으로 부과해 정신보건기금을 설치,운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소비자 부담증가는 물론 재정운용의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음주폐해가 적지않은 우리사회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얼핏 그럴 듯한 처방으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부담금 부과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처방이다. 지금도 술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붙고 그것도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터에 부담금까지 매기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일부 주류의 경우 술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경우도 있고,따라서 시중에서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세금을 마신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더욱 이해할수 없는 대목은 복지부가 재정운용의 기본방향과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발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당국은 현재 특정한 용도에만 쓰도록 한정돼 있는 이른바 목적세나 각종 부담금의 점진적 폐지를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목적세는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예산사업의 우선순위가 떨어지더라도 정해진 목적 이외에는 쓸 수가 없고,따라서 재정의 비효율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재정지출의 경직성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과도한 국민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예산처가 27일 국무회의 보고에서 지난해의 각종 부담금 징수금액이 전년도에 비해 무려 51%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한 것만 보더라도 부담금 부과가 얼마나 남발되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각종 기금의 통폐합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바로 그런 뜻에서였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술에 부담금을 부과해 정신보건기금을 만들어 운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각 부처가 예산당국의 감독이 덜한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 놓으면 그만큼 사업추진은 수월하겠지만 방만한 집행으로 인한 낭비요인이 많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음주폐해 예방과 알코올 중독 치료 및 재활사업 등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일반회계의 예산을 확보해서 추진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