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젊어서 해볼 걸 그랬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조춘옥 할머니(89)는 요즘 '스타'란 어떤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 최근 두 편의 TV 광고에 출연한 뒤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노인정에서는 다른 할머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흔을 앞둔 나이에 '실버스타'가 된 조 할머니는 우연히 CF모델로 데뷔하게 됐다. 평범한 할머니를 찾던 한 모델 에이전시 직원이 노인정에서 '얼굴이 작고 마음씨가 고운' 조 할머니를 발견한 것. "그날도 할머니들과 1점에 10원짜리 화투를 치고 있는데 웬 아가씨가 찾아 왔어.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적어 가더니 다음날 찾아와선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거야. 그게 시작이었지 뭐." 조 할머니의 데뷔작은 지난달 방영된 맥도날드의 TV 광고 '집으로'편.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가 햄버거 한 보따리를 사들고 아들네 집으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햄버거집에서 할머니가 던진 "뭐가 뭔지 알아야지"란 대사는 유행어가 된다. "모델료로 66만원을 받았는데 며느리가 떡을 해서 노인정에 돌렸어. 한 턱 낸 거지 뭐." 첫 광고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출연 요청이 또 왔다. 두번째 작품 KTF '축구나라'편에서는 조 할머니는 15세 연하의 이종호 할아버지(74)와 커플이 됐다. 조 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하다. "기회가 오면 계속 모델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눈치"라는게 맏며느리의 귀띔이다. 광고계에서는 요즘 일반인 모델들이 뜨고 있어 조 할머니와 같은 '실버스타'가 여럿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