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의 3대 축은 미국 일본 유럽인데 이 모두가 시원찮다. 세계경제 전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때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경제는 '장밋빛' 그 자체였다. 인플레 압력이 없는 고도 성장을 지속하면서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고,살아나는 듯하다가는 다시 빠지는 '더블 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는 지난 수년 동안 거의 제로성장 속에서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를 겪고 있다. 지난 달 일본은행이 월례보고를 통해 '일본경제가 회복세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일본경기는 미국 금융불안으로 다시 급랭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유럽경제 역시 허덕이고 있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생산성,계속되는 저성장,그리고 침체된 주식시장 등이 유럽경제의 현주소이다. 특히 유럽경제의 대표주자격인 독일경제는 일본경제의 침체초기인 1990년대 초반과 매우 유사하다. 이제 유럽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좋은 소식'이 있다.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이 위기를 극복한 후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이들 세나라 중 한국은 특히 성적이 좋다. 한국이 2·4분기에 기록한 6.3%의 성장률은 우리 경쟁국 가운데 중국(8.0%)을 제외하곤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보유고 등 다른 경제지표도 든든하다. 그렇다면 최근 한국경제 도약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첫째,뼈아픈 구조조정이다. 몇년 전 24개였던 주요 시중은행이 지금은 반만 남았다. 30개의 주요재벌도 반 정도가 없어졌거나 규모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구조조정의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어쨌든 이정도의 고통을 감수한 한국경제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둘째,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이다. 혁명을 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을 둘씩이나 감옥에 보내고,현직 대통령 아들을 둘씩이나 감옥으로 보내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총리인준 청문회나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가 국정능력이 아니라 모두 '부정부패'에 관련된 것이다. 너무 한 듯 싶기도 하지만,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다. 이제 부정부패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은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셋째,괄목할 만한 국제화를 이룩했다. 우리는 과거에 수출은 좋아했는데 수입은 싫어했다. 외국인 투자는 특히 싫어했다. 수출위주형 '절름발이 국제화'였다. 요즘은 수입 및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 적대감이 많이 줄어 들었다. 수입자유화와 더불어 최근 한국은 아시아 경쟁국가 중에서 총투자 대비 외국인 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가 됐다. 이제 '외국상품이나 외국자본이 우리에게 해를 준다'는 생각은 많이 없어졌다. 구조조정, 부패척결, 국제화를 철저히 했던 것이 최근 한국경제 도약의 비결이다. 현재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경제가 이 정도의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대단한 경제로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거시 경제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IMF 구제금융 국가였던 태국 인도네시아도 우리처럼 철저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보다 경제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 발전모델이 새로운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국경제의 업적을 칭찬하고 있는데,정작 우리 민족은 시큰둥하다. 우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며칠 전 러시아 산업시찰을 하면서 열심히 경제공부를 했다. 남한을 방문하면 더 잘 배울 수 있는데 말이다. 남쪽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우리 경제를 좋게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민족은 조금 비관적인 것이 문제다. 경제도약의 가장 중요한 기본요건은 긍정적 사고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월드컵경기 때 충분히 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나아갈 길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구조조정, 부패척결, 국제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