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젊은이들이 이공계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대학교육을 개혁하고 청소년들에게 향후 과학기술인이 사회에서 차지할 위상과 비전을 제대로 심어줘야 합니다." 레나 토렐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IVA) 회장(53)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과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토렐 회장은 이날 한국산업기술재단과 한국공학한림원 공동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0회 CEO포럼에 참석,강연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모든 세계가 엔지니어에게 열려 있다"며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엔지니어 삶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렐 회장은 재료공학 분야의 권위자로 스웨덴 찰머스공과대학 부총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 IVA를 이끌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웨덴이나 유럽의 상황은 어떠한가. "유럽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디자인과 금융 미디어 등 분야에 흥미를 가지면서 이공계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엔지니어의 전통이 강한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최근 2∼3년 전부터 왕립공과대학이나 찰머스공과대학 등 스웨덴의 유수한 공대를 지망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스웨덴에서 이공계 진학이 줄어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복합적이다. 우선 대학들과 기업들이 우수한 젊은이들을 공대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적었다. 스웨덴에서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공대로 몰렸기 때문에 공학을 더 매력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없었다. 두번째는 이공계에 대한 학생들의 그릇된 인식이다. 이공계 분야는 공부하기 어려울 뿐더러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기술과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기술 자체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경문제 등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이공계와 엔지니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대학에서 4년간 공학을 공부하면 평생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반면 금융이나 미디어 등 분야는 겉으로는 화려할지 몰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엔지니어에 비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엔지니어들은 주로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등 첨단 근무환경에서 일하게 되고 개인적으로 발전할 기회가 많다. 이같은 상황을 언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보여줄 것이다. 또 젊은이들이 공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공대 교육을 현대화하고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공대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대라 해서 기술만 교육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기술교육이 아닌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미국 공과대학들은 본받을 만하다. IVA는 우선 학부와 석사과정 공과교육 커리큘럼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 스웨덴 교육연구부와 경제인연합회가 각각 50만달러를 출자했다. 대학 커리큘럼에 경영 언어 커뮤니케이션 등 새로운 과목들을 포함시킬 것이다. 또 각 대학마다 전통적인 분야에 생명공학 미디어 통신 디자인 등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 특성화할 것이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 왕립공학한림원 어떤 곳 ] 1919년 설립된 스웨덴 왕립공학한림원(The Royal Swedish Academy of Engineering Sciences)은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와 함께 스웨덴 과학기술계를 이끌고있는 두 축이다. 세계 공학한림원 가운데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있다. 국가의 과학기술전략을 제시하고 학계와 재계,정부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한다. 학계와 재계 정부의 지도층 인사 1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스웨덴 1백50대 기업들이 후원한다. 매년 스웨덴 국왕을 단장으로 하고 학계와 재계대표 20명으로 구성된 기술사절단을 해외에 파견,과학기술분야의 교류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1994년엔 한국을 방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