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만의 홍수에 할퀸 김해지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하다. 농경지나 축사 등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사상 최악의 집중호우로 난리들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엘베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드레스덴시(市) 등이 잠겨 수십조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류 최대의 재앙은 '홍수'라는 말이 실감날 지경이다. 자연에 무방비상태였던 과거엔 홍수피해가 더욱 극심했다. 그래서 옛날 동양의 통치자들은 물을 다스리는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최대과업으로 꼽아 나무를 심고 보(洑)를 만드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편으로는 한방울의 물도 귀히 여겨 알뜰하게 쓰는 여러 방안들을 짜냈다. 연산군은 인양전(仁陽殿)의 처마에 빗물을 받는 기구를 구리로 만들어 설치하라는 전교를 내려 이를 왕궁의 허드렛물로 사용토록 했다. 일반 민가에서는 장독대 외에 '물독대'를 따로 두어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술을 빚고 얼굴의 기미나 종기를 없애는 약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때마침 제주에서는 '빗물모으기 국제 워크숍'이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져 천문학적인 피해가 속출하는 까닭인지 개도국들까지도 열성이다. 독일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이 이 분야에 관한 다각적인 연구를 해온 덕에,지금은 정원용 세차용 화장실용으로 빗물을 활용하면서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빗물의 중요성이 새삼 인식되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국 빗물모으기 운동본부'도 만들어져 지방 도시로 확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도시의 경우는 기상이변으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데 이는 빗물이 곧장 하수구로 내려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 한 가정에서 3백ℓ용기로 한해 20번만 빗물을 받아도 연간 1억톤 가량이 된다고 한다. 홍수피해를 줄이고 상수도물도 절약할 수 있는 빗물활용에 가정 국가 모두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