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의 한·중 경제교류는 문자 그대로 '팽창일로'였다. 대중국 교역액은 올 상반기만 해도 무역협회 통계기준으로 1백79억6천만달러(중국 세관통계 기준 1백90억6천만달러)에 달하며,연말이면 3백80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중국으로 봐서도 한국은 일본 미국 대만에 이은 제4위 무역파트너(홍콩 제외시)다. 직접투자에 있어서도 중국은 제2의 투자 대상국이다. 올 5월 말까지 모두 6천5백25건에 56억8천5백60만달러가 투자되어 이제 웬만한 기업은 중국에 두개 이상의 공장과 판매법인을 갖고 있다. 한국브랜드의 인지도도 높아져 휴대전화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 식품(초코파이,롯데껌,신라면) 등은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수많은 관광객 비즈니스맨 학자들이 양국을 오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지난 10년은 한·중 양국이 공생(共生)의 윈-윈 관계를 구축하고,특히 경제교류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 마늘문제 등 통상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중국의 13억 내수시장에 매료되어 과도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 토종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외국자본기업의 진입 증가,거의 모든 상품분야로 파급되고 있는 과잉 공급과 경쟁 격화 현상은 중국내 생산·판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 2천2백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받쳐주고 있기는 하지만,부실채권이 많은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이제는 '중국열'을 가라 앉히고,좀 더 냉정히 중국을 바라볼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맹목적인 투자나 광고 확대보다는 현지 경영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중국내 여러 공장을 가진 기업들의 경우 사업구조를 '수익성 위주'로 구조조정·재편하고,현지 파트너와의 갈등 해소,노사 관계의 안정화,미수채권의 회수,상표권·특허의 보호,운전자금과 외환의 획득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날로 늘어나는 중국의 반덤핑 판정,탈북자 처리 등 현안의 해결에 보다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중국 공안원들의 주한,주일대사관 침입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탈북자 처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틀을 중국측과 다시 조율하고,나름대로의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중국 당·정·군,언론 내의 우호적인 인맥을 구축해 이들과 교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6월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중국 언론들의 한국관련 보도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우호적인 시각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문화적 접근에 있어서도 이제는 보다 차분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몇몇 가수나 탤런트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다고 해서 이것을 곧 '한국,한국인에 대한 호감 증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팝송을 좋아한다고 해서 미국,미국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듯 역사적 문화적 우월감이 강한 중국인들에게 '한류(韓流)'는 소금기 많은 바다로 들어오는 민물의 한 지류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기업차원에서는 한류를 신상품·신서비스의 개발로 연계시키는 문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겠지만,정부차원에서도 양국 공동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영화 공동제작 등 문화교류 협력사업을 적극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수교 1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과거 10년이 '경제적' 교류의 확대·심화에 초점이 있었다면,앞으로의 10년은 '정치·외교·문화 등 비경제적' 문제에 존재하는 양국간 협상력과 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기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ksu@korea.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