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엔지니어의 산실로 한국 사립 공과대학의 간판 역할을 해 온 한양대 공대가 방황하고 있다. 한때 1백50%에 이르렀던 취업 의뢰는 80%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대학원 포함)도 49.5명으로 포항공대의 3.8배나 된다. 지난해 교수 1인당 SCI(과학논문색인) 게재논문은 1.8편으로 고려대 공대(2.17편)보다도 오히려 뒤진다. 올 1학기 학생 1명당 장학금은 26만원으로 서울대 공대의 78만원에 훨씬 못미친다. 서울대 공대와 더불어 이공계 분야에서 쌍벽을 이루면서 산업현장의 엔지니어 사관학교로 통해온 한양대 공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엔지니어를 양성 배출하는데 앞장서 왔다. "1960년대 화학공학을 중심으로 한양대 공대의 영광은 시작됐습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엔 인기가 절정에 달했죠." 송창섭 교무처장(기계공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한양대 공대는 지난 78년 안산에 또 하나의 공대캠퍼스를 설립, 엔지니어 산실로 자리잡았다. 한양공대의 이같은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양대 공대의 위상 변화는 졸업생들의 취업률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1990년대 초반까지 취업 의뢰는 1백50%에 이르렀다. 한 학생이 1개 이상의 업체에 합격, 골라서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엔 우수한 인력을 입도선매하려는 기업들로 인해 3학년 때부터 입사할 회사를 결정하고 장학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박종완 학술연구처장, 신소재공학부 교수) 그러나 98년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98년에 86.5%였던 취업률이 99년엔 73.1%로 곤두박질쳤다. 2000년엔 다소 회복되기는 했지만 83.2%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다시 80.8%로 뒷걸음질쳤다. 골라서 취업하던 시절은 이제 옛날의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취업 부진이 한양공대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제조업들이 중국 등 동남아로 옮겨가면서 현장 엔지니어 수요가 줄어들었다. 97년말에 닥친 외환위기가 이공계 취업전선에 또한번 충격을 줬다. 한양공대 졸업생들의 산업계 진출이 종전 90%선에서 50%선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 산업현장이 아닌 곳을 택한 것도 원인이 됐다. 그러나 취업 부진에 따른 충격의 강도는 다른대학과 비교할 수 없었다. 취업에서만은 국내 선두라던 인식이 바뀌고 만 것이다. 대외적인 위상의 동요뿐만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도 나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학이 안고 있는 전형적인 딜레마로 한양대 공대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총 수입 3천1백9억원중 등록금(1천7백6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6.8%에 달했다. 반면 국고보조금(1백6억원)은 3.4%, 연구비 수입(5백16억원)은 16.6%에 각각 그쳤다. 전체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하고 연구비 수입이 48.8%에 이르고 있는 포항공대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등록금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97년부터 99년까지 2백42만1천원으로 동결돼 있던 공대 등록금이 2000년에 2백69만6천원, 2001년엔 2백87만6천원으로, 올해엔 다시 3백6만8천원으로 늘어났다. 질 높은 공대 교육을 위해서는 등록금을 인상, 투자비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등록금을 뜻대로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재원 마련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양공대 최대의 고민거리가 바로 재정 자립의 문제"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양공대가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엔지니어 사관학교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산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미래 공학도인 청소년들이 공학과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과 경영학과 공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해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도로는 다른 공과대학들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양공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재정자립도 제고, 연구기능강화 등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 특별취재팀 > 팀장 : 김경식 과학바이오팀장 팀원 : 오춘호 차장 최승욱 차장 정종태 송태형 장경영 기자(산업부 과학바이오팀) 조정애(산업부 생활경제팀) 박해영(경제부 금융팀) 송대섭(증권부) 장원락 기자(산업부 IT팀) 김영우 차장 허문찬 기자(영상정보부) 특파원 : 양승득(도쿄) 고광철(워싱턴) 정건수(실리콘밸리) 육동인(뉴욕) 강혜구(파리) 한우덕(베이징) 전문위원실 : 안현실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