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채권 및 부동산 시장을 휩쓸며 승승장구하던 미국계 투자회사 론스타가 최근 잇따라 쓴 맛을 보고 있다. 론스타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채권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다시피 했다. 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가 실시한 입찰에 네 번 참가해 모두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예금보험공사와 은행 등으로부터 수조원대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당시 론스타가 가져간 채권 중에서는 우량한 채권들이 많아 엄청난 이득을 거뒀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에는 채권을 갖고 있던 무학이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3억6백만원에 사간 지급보증채권에 대해 원금 1백20억원에 이자까지 쳐서 1백40억원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동양증권빌딩, 여의도 SKC빌딩, 명동 청방빌딩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처럼 론스타가 부실채권 및 부동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일부에서는 '론스타 경계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론스타의 불운은 지난해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아이타워(현 스타타워)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론스타가 지불한 가격은 6천2백억원. 남은 공사비와 세금 등을 합하면 사실상 7천억원에 인수한 셈이다. 이 건물을 판 현대는 1천5백억원의 특별손실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론스타가 값을 후하게 쳐준 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스타타워의 상당수 사무실이 임대되지 않고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 관계자도 "공실률이 높아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월 극동건설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론스타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극동의 새 주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론스타가 써낸 가격은 극동의 적정가치로 평가된 2천억원을 훨씬 웃도는 2천5백억원이었다. 5백억원의 담보권을 인수후 증자를 통해 변제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론스타는 성호건설이 주축을 이룬 '서울에셋 컨소시엄'이라는 다크호스에게 일격을 맞았다. 30억원을 더 써낸 서울에셋에 낙찰자 자리를 내준 것.론스타는 입찰 과정을 문제삼아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무효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까지 냈으나 기각당했다. 최근에는 서울은행 매각협상에서 가격을 높이는 수정제안까지 해가며 인수를 시도했으나 하나은행의 반격에 밀려 수포로 돌아갔다. 업계는 그러나 론스타가 한국 경제의 향후 가능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또다시 대형 물건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론스타의 투자유형이 '부실채권→부동산→금융회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조만간 다른 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론스타측은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신탁증권 등에 대한 인수를 우선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 [ 론스타 국내 주요 투자현황 ] 1998 .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5,646억원 매입 1999 . 자산관리 부실채권 8,534억원 매입 . 조흥은행에서 7,600억원 부실채권 매입 .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847억원 매입 . 평화은행 증자 참여 .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 650억원 매입 2000 . 자산관리공사 및 예금보험공사 부실채권 5,356억원 매입 2001 . 예보 부실채권 4,099억원 매입 . SKC 여의도 사옥 660억원 매입 . 현대산업개발 I타워 매입 2002 . 한빛여신전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