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카드 관련 범죄와 신용불량자 증가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소득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성년자를 비롯 무자격자에 대해 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의 영업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며,그에 대한 규제는 타당하다. 이것은 정부가 규제하기 전에 카드사들이 자제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 중 잘못된 것이 많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합한 업무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제한하는 것과 길거리·방문판매 금지 등 모집인 영업방식 규제는 모두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다. 한편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에 있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건전성 규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신용카드회사를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로 오해한데서 비롯된다. 신용카드사는 기본적으로 돈 장사하는 '회사'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이익을 보는 회사,즉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은행에는 보통 건전성 규제를 가한다. 그것은 예금자가 은행을 정확하게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회사에는 예금자가 없다. 보호해야 할 예금자가 없는데 규제를 가한다? 그것은 불필요한 것이고 과잉규제다.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규제가 기업을 '통제'하는 기능도 하지만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요즘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데도 신용카드의 수수료와 현금서비스,카드론의 금리는 안내린다는 비판이 많다.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와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건전성 규제와 같은 퇴출과 진입장벽이 신용카드사들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신용카드회사가 20여개나 되기 때문에 경쟁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 경쟁적이다 경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는 기업의 수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있느냐 없느냐로 따진다.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울 경우 경쟁에 의해 가장 효율적인 카드사만이 남게 된다. 그래서 그 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낮은 수수료와 금리의 혜택을 입게 된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 개인 워크아웃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이것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워크아웃 제도는 원래 사적 제도다. 사적 제도란 거래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거기에 제3자가 개입할 경우 그러한 제도는 무의미해지고 효과가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바로 사적인 제도에 제3자인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회사와 신용불량자간에 순수하게 거래와 협상을 통해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것을 법적으로 강제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신용불량자에 대해 워크아웃을 실시하라고 한다면 빚을 진 사람이 '적반하장'격으로 채권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 행위를 하게 된다. 정부가 신용불량자를 사면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면을 해준다는 것을 알면 빚을 진 사람들이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 그러나 이것을 신용카드회사와 신용불량자간에 맡겨 놓으면 카드사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등을 파악해 다양한 대응 방법을 개발한다. 우리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외국에서 무슨 제도가 좋다하면 그것을 그냥 복사해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제도들을 들여다보면 오랜 역사를 통해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진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외국에 이러 이러한 제도가 있으니 도입하자.그것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것은 우리의 자생력을 말살하고,사회가 발전하기보다 후퇴해 가는 길로 접어드는 첩경이다. jwan@kh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