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h@koscom.co.kr 중학교 시절,1교시 시작된 지 몇분 후에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한 학생이 헐떡거리며 들어온다. 선생님이 화난 눈으로 바라보면 "죄송합니다.통학생입니다." 집안 사정상 학교 근방에서 하숙할 수도 없고 매일 기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통학생들의 하루시작이다. 새벽 5시부터 준비해 기차역까지 20∼30분 뛰어가 통근열차를 타고,도착역에서 급히 내려 학교까지 20∼30분 뛰어온다.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되면 다행이나 기차가 늦어지면 지각이다. 오늘은 방과후 특별수업이 있는 날이다. 기차시간이 문제다. "먼저 가서 죄송합니다.통학생입니다." 이런 바쁜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언제나 미안하고,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조는 경우가 많다. 말이 없고 성실하기만 하던 그 통학생들이 이제 50대 중반이다. 옛날의 고생을 즐거운 추억으로만 이야기한다. 하나같이 모두 성공한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려한 외형보다 실속있는 수출로서 보국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국내 최대의 전자회사에서 휴대폰을 개발해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천 부사장. 항상 시계를 오른 손목에 차고 다니며 기계를 분해하고 고치기를 좋아했다.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많고 연구·개발만 하던 친구가 세계 휴대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자동차 내부장식재를 개발,국내외 회사에 공급하는 조 사장. 대학 졸업후 대기업에 취직해 어려운 문제 해결사로 인정받았었다. 부하직원과 거래처에는 인기가 많았으나 윗사람의 잘못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독자사업을 시작했던 친구가 이제는 유럽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에 최고급 자재를 공급하는 중견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같이 인자한 인상으로 반도체에 인생을 바친 이 사장. 회사에서 연구·개발업무에 전념하다 보니 애들이 아빠라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불러 충격을 받고 독자사업을 시작한 친구다. 이제는 반도체 공정중 외국에 위탁가공하던 공정 일부를 국산화해 벤처기업으로 등록시켰다. 50대 중반을 지나면서 젊은시절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성실과 정직,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 더 뜻있는 삶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