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이전에 파티복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명 브래지어 끈이 대담하게 거리를 누비고 있다. 한 마디로 속옷패션 시대가 활짝 열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속옷 구매 기준은 디자인보다 치수였다. 이렇다할 디자인 없이 형태 질감 등이 규격화돼 어디에서 사든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비해 패션 속옷은 속옷이면서도 속옷 같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팬티와 러닝셔츠는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것 같고 구슬 장식이 달린 브래지어 끈은 티셔츠의 일부처럼 보인다. 속옷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고 소비 회전이 빠른 게 장점이다. 패션속옷 전문점은 소규모로 창업할 수 있고 매장관리도 수월한 편이어서 여성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시장현황=대표적 속옷 메이커인 태창과 BYC는 속옷 소비 고급화에 발맞춰 디스플레이에 중점을 둔 세련된 패션속옷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패션속옷 시장은 속옷 전문업체 '좋은 사람들'과 캐주얼의류 전문업체인 이랜드 등이 가세하면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좋은 사람들'은 91년 고품격 란제리 전문점인 '제임스딘'을 내놓은 데 이어 4년 뒤 제임스딘보다 저가면서 심플한 디자인을 내세운 '보디가드'를 선보였다. 'IMP코리아'는 97년 2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패션속옷 전문점 '임프레션'을 선보이면서 시장에 본격 가세,패션속옷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랜드도 90년대 중반 헌트 이너웨어와 더데이 언더웨어를 선보인 데 이어 2000년 커리어 우먼을 겨냥한 '에블린'을 내놓았다. 제임스딘은 현재 2백40개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문을 연 가맹점은 30여개로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본사가 가맹점을 늘리기보다 기존 가맹점의 매출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상권을 조사해 B급 상권에 있는 점포를 A급 상권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돈앤돈'은 누구나 편하게 패션속옷을 접할 수 있도록 중저가를 표방하고 나선 브랜드.주로 할인점이나 재래시장에 점포를 내고 있다. 임프레션은 20대 젊은 감각을 살린 도시적 이미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운영전략=패션속옷 전문점의 성공 포인트는 최적 입지를 고르는 일이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 특성상 점포의 목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주변에 다양한 의류점이 입점해 있고 패션잡화와 미용 관련 점포들이 즐비하다면 이상적이다. 대단위 아파트단지 진입로변이거나 지하철역과 연계돼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도 괜찮은 편이다.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전략이 매출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다. 구매 욕구 자극은 쇼윈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제품이 눈에 띄도록 디스플레이를 자주 바꿔주는 것도 판촉 전략의 하나다. 패션속옷은 선물용 수요가 많으므로 기념일이나 이벤트가 많은 달에는 미리 적극적인 판촉 계획을 구상해 둬야 한다. 기존 고객관리를 통해 선물용품 판촉을 강화하고 우수 고객에게는 양말 스타킹 등 사은품 증정을 통해 매장에 자주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패션성이 강한 제품이므로 재고관리도 중요하다. 반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별 선호도를 세밀히 파악해 잘 팔리는 상품은 충분하게 물량을 확보하고 반응이 낮은 상품은 재고량을 줄여 나가는 탄력적인 상품관리가 요구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 도움말=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한경 창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