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계속되는 저(低)성장,낮은 인플레,제자리를 맴도는 생산성,그리고 침체된 주식시장 등이 유럽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경제의 현주소다. 지금의 독일경제는 일본경제 침체초기인 지난 1990년대 초반과 매우 유사하다. 일본경제는 지난 10여년 동안 거의 제로성장 속에서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를 겪고 있다. 경제지표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 만약 베를린 당국이 기력이 쇠퇴한 시장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일본경제 처럼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독일 중앙은행은 최근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후퇴(리세션) 국면에서 빨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1.20%)보다 낮은 0.7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지난 6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1.7% 증가했으나 지난 수개월동안 독일산업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면서 "건설 및 노동시장 부문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실업률이 통상적으로 6~7월에는 하락하지만 올해는 반대로 급증해 10% 가까이 오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도이체방크의 예른 퀴차우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독일은 유럽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했으나,지금은 성장잠재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경제성장의 대분분을 독일내에서가 아니라 이웃국가와의 무역에서 찾아야 하는 처지다"고 진단했다. 물론 독일의 상황은 현재의 일본만큼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독일경제는 일본과 달리 올해는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그리고 아직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인들은 일본과 같이 돈을 은행에만 묻어두는 스타일은 아니며 국내수요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사회보장시스템을 갖고 있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독일인들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은행들도 부실채권에 허덕이는 일본과 같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독일의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달 총선이 예정돼 있어 집권당인 사민당은 물론 야당도 고용시장의 유연성 같은 인기없는 개혁을 밀어부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그랬던 것 처럼 독일도 과감한 기업개혁을 하지못한 채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 독일중앙은행도 속수무책이다. 지난 99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금리조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할 수 없게 됐고,유럽연합(EU)의 규정에 따라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수도 없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달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기업 금융시장 등 경제분야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퀴차우 이코노미스트는 "전통적으로 의견일치(Consensus)를 중요시해온 사회속성상 노조의 의견을 무시하고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하긴 힘들것"이라며 "이런 조건은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기업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요소"라고 지적했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 이 글은 최근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8월 12일자)에 실린 "Japanese-Style woes in German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