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전에서 론스타펀드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으로는 가격 상의 우위가 가장 먼저 꼽힌다. 론스타보다 2천억원이 많은 1조1천억원을 제시, 그렇지 않아도 하나은행에 끌리고 있던 정부와 공적자금 관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론스타는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두 차례나 수정제안을 하는 등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탈락했다. 물론 아직도 변수는 있다. 정부와 하나은행이 본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 하나은행이 자체 주주들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 사실상의 재입찰 있었다 하나은행과 론스타는 비밀리에 사실상의 재입찰 절차를 밟았다. 론스타가 수익공유(Profit Sharing) 방식으로 1천5백억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의 수정제안을 한 이후 정부는 '마지막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라며 양측 모두에 조건 변경을 허용했다. 시한은 지난 14일 낮12시였다. 양측은 마감시간 직전에 최종 수정제안서를 접수시켰다. 승부를 가르는 최종 답안지가 제출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종전에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던 1조1천억원을 어떤 방법으로든 보장해 주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현금이 아닌 주식(서울+하나 합병은행 주식)으로 지급하는 탓에 주가 변동에 따라 인수대금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문제점을 잠재울 수 있는 제안이었다. 론스타도 좀더 진보된 조건을 제시했다. 기존에 제안했던 8천5백억원 외에 현금 5백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물론 향후 3년간 수익공유 방식으로 지급하는 금액도 종전 1천5백억원에서 2천억원 이상으로 올렸다. ◆ 하나은행의 승리 배경 정부는 인수가격 면에서 하나은행이 론스타를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강금식 공자위 위원장도 "하나은행은 1조1천억원을, 론스타는 9천억원을 제시했다"며 "특히 하나은행은 정부지분의 최저회수가액(1조1천억원)을 보장해 주가하락 위험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가격 외의 조건, 즉 정책적 고려에서도 하나은행이 우위를 점했다. 정부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하나은행의 그간 은행합병 경험 등을 감안할 때 통합시너지가 기대되고 은행 수가 많다고 지적돼 온 국내 은행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논란을 빚었던 법인세 감면효과는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합병하면 서울은행 결손분만큼 법인세 감면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론스타도 추후 서울은행을 매각 또는 피합병시킬 때 그 만큼의 잠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가격 평가 때) 고려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향후 전망 하나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20일부터 본협상을 시작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달 내에라도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난항을 거듭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부는 협상을 어떻게든 끌고 가야 할지, 아니면 결렬을 선언하고 론스타와 협상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2차 협상후보인 론스타는 '기다리는' 시한을 1개월 또는 2개월로 통보한 바 있어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조건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을지도 변수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정부보유 주식의 가치를 1조1천억원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기존 주주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