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입생들을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포항공대란 이름 값만 적당히 누리면서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다. 반성이 필요하다."(전자전기공학과 4학년 김모씨) 포항공대 캠퍼스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황량하던 포항 벌판을 일궈 '한국의 칼텍(캘리포니아공대)'을 만들어 보자던 설립 초기의 활기를 찾기가 어렵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캔 두 스피릿(Can Do Spirit)'도 실종 상태다. 학교가 문을 열던 당시만 해도 포항공대 교수 학생들은 도전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립 멤버 출신 교수중 상당수는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고급두뇌들이었다. 학생들 역시 연구 중심 대학에 매료돼 선뜻 포항공대를 택했다. 지리적인 불리함과 짧은 전통이라는 한계를 개의치 않고 과감히 지원서를 낸 소신 있는 학생들이었다. 열의에 찬 교수진과 학생들의 만남은 포항공대 캠퍼스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됐다. 한 졸업생은 "신생 대학인 만큼 교수와 학생 모두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날려버리기 위해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포항공대만의 역동적이고 독특한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교수도 학생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장호영 총학생회 부회장(물리학과 4학년)은 "학교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오다 최근 들어 갑자기 정체된 느낌을 받게 된다"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시점이 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캠퍼스에서 활기가 사라지면서 교수와 학생들간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지난 5월에는 학보인 '포항공대 신문'의 주간교수가 학교측의 영어강의 장려책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글을 사설에 실었다가 학교측이 반발하자 주간직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포항공대 신문 편집장을 지냈던 양승효씨(전자전기공학과 3학년)는 "학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학교측의 의지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개교 초기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학생뿐 아니라 학교측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창립 당시만 해도 포항공대가 시설.인력 등에서 앞섰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포항공대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수와 학생들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 그 시절처럼 도전의식으로 다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