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인은…산.학 협동연구를 통하여…고등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학교법인 포항공대 정관 제1장 제1조) "포항공대는…산.학.연의 협동으로 국가산업 발전을 도모하고…"(포항공대 학칙 제1장 제1조) "포항공대는…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사회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포항공대 건학이념) 포항공대의 정관 학칙 건학이념은 '산.학.연…'으로 시작된다. '산.학.연 협동'을 빼놓고는 포항공대를 얘기할 수 없다. 1986년 당시 제철학원 이사장이었던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를 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과 합치고 포항공대를 설립했다. 이들과 포스코를 묶는 산.학.연 협력 체제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철저한 포항공대식이다. 94년엔 RIST에서 철강 분야를 다시 떼어내 사내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RIST엔 철강 관련 장기 연구 프로젝트와 계측제어 환경 등 주변기술을 맡겼다. 연구개발(R&D) 체제를 또 한번 교통정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포항공대는 기초 및 선도기술의 개발을, RIST는 대학과 기업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포스코 사내 기술연구소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단기성 연구를 각각 맡게 됐다. 3개 기관을 학.연 체제의 골격으로 자리잡게 한 것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1천8백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약 2백71억원이 포항공대에, 6백73억원은 RIST에 투입됐다. 지난 5년동안 포항공대의 연구비 가운데 포스코에서 지원한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또 RIST는 70∼80%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가 포항공대와 RIST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장수영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전 총장)는 "철강의 품질 개선에서부터 석탄 더미에서 나오는 먼지를 최소화하는 연구에 이르기까지 지난 15년간 포항공대 연구팀은 포스코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크게 기여했다"며 "포스코의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고 강조했다. 포항공대식 모델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포스코가 포항공대를 키워온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제는 기회비용 차원에서포항공대에 집중지원하는 문제를 재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와 완전한 자유경쟁 형식을 통해 지원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포항공대가 RIST에 비해 포스코의 기술개발 기여도에서 크게 밀린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포스코의 사업다각화나 고부가가치화에 포항공대가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항공대식 협동모델이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린 것은 분명하다. 짧은 기간에 포스코가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세계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만든 요소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곤란하다는 평가다. 지금이 바로 미래를 겨냥해 개혁을 해야 할 때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