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물리학과 이성익 교수(50)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2개월동안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열린 각종 물리학회에 초청 강사로 참석하느라 방학인데도 잠 한번 제대로 자질 못했다. 8~9월중 예약된 해외 강연만 다섯 건에 이른다. 연말까지 각국에서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밀려 있지만 꼭 필요한 행사에만 참석할 생각이다. 이 교수의 인기가 이처럼 치솟고 있는 것은 지난해 디보라이드 마그네슘(MgB2)으로 초전도 기능을 가진 박막을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부터다. 그가 개발한 초전도 박막은 다른 초전도체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여 냉각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전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리자마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독일 슈투트가르트연구소 등 10여개 연구소로 부터 샘플을 보내달라는 문의가 몰려 왔다.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41)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강산성인 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풀어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위암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파이로리는 발견된지 20여년이 됐다. 그러나 강산성인 위액을 견뎌내는 이유는 지금까지 규명되지 못했다. 오 교수 연구팀은 그 생존이유를 밝혀냄으로써 파이로리균을 없앨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다가 설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오 교수의 연구결과는 구조생물학 분야의 권위지인 '네이처 스트럭처럴 바이올로지'에 실리면서 "파이로리균에 대한 20년 연구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교수뿐 만 아니다. 지난 14일에도 신소재공학과 장현명 교수(49) 연구팀이 신물질을 이용해 메모리 소자인 F램용 박막소자를 개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화학과 김광수 교수(53)의 직경 0.4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초미세 나노선배열 합성 논문이 '사이언스'의 표지에 실렸다. 해외 학자와 협력없이 한국 연구진의 단독 연구결과로 이 잡지의 표지 논문에 실린 것은 김 교수가 처음이다. 포항공대 교수들이 뛰어난 연구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력과 최신연구 시설, 연구 환경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교측은 설립초기 미국 등에서 활약하던 고급두뇌를 유치해 왔고 지금도 분야별 최고 연구인력을 영입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교수들의 주당 평균 강의시간도 국내 일반대학의 3분의 1수준인 3∼4시간에 불과하다. 교수들이 깊이있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포항공대 교수들이 미국 과학논문 인용색인집(SCI)에 게재한 논문은 7백32편. 교수 1인당 3.6편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포항공대의 연구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재단에서 인건비 등 학교운영에 쓸 수 있도록 지원한 경상비 전입금은 2백61억원으로 연간 학교수입금 1천4백85억원의 17.6%에 그쳤다. 수입중 경상비 전입금 비율은 지난 91년 30.3%를 기록한 후 99년에는 23.9%, 2000년에는 20.5%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살림살이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들도 예산 확보를 위해 외부과제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계 정상급 우수 연구원의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화학과 김만주 교수는 "재능있는 연구원을 확보하기 힘들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포항공대의 연구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해외 우수 인력 유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STRONG KOREA 토론방 주소 : www.hankyung.com/strong/bo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