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적조(赤潮) 때문에 양식어민의 걱정이 태산인 모양이다. 적조란 식물성 플랑크톤과 원생동물 등 적조생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적조생물이 지닌 색조에 따라 갈색 녹갈색 황갈색을 보이기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편조류와 규조류로 나뉘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연안에 발생한 적조는 편모가 없는 규조류에 의한 것이어서 그다지 큰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엔 편모가 달린 편조류,그중에서도 코클로디니움이 거의 매년 동남해안에 '재앙의 띠'를 형성해 어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코클로디니움은 식물처럼 광합성 활동을 하고 영양물질도 섭취한다. 식물의 씨처럼 포자 형태로 바다 밑에서 수면을 취하다가 일조량이 늘어나고 수온이 올라가고 영양염류가 늘어나면 싹을 틔워 플랑크톤으로 성장하며 세포분열을 통해 대량으로 번식한다. 해수이동이 심하면 편모가 떨어져 나가 죽게 되므로 육지로부터 영양염류 유입이 많은 잔잔한 바다를 주요 서식처로 삼는다. 점액성 물질이 많아 어류의 아가미에 쉽게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1㎖당 개체수가 3천개를 넘어면 수시간내에 어류를 질식시킨다. 죽어서 분해될 때도 산소를 소비해 어패류를 폐사시킨다. 그러나 독성은 없다고 한다. 적조를 퇴치하기 위해 초음파처리법 오존처리법 등 여러가지 방법이 개발됐으나 경제성이 낮아 주로 황토를 뿌리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황토의 콜로로이드 입자는 수중의 영양물질과 플랑크톤을 흡착시켜 물속에 가라앉힌다. 지난 2일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발생한 적조가 두 주일만에 부산연안까지 확산됐다는 보도다. 작년보다 12일 일찍 발생한데다 확산속도도 빨라 7백64억원의 피해를 낸 95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고 하니 걱정이다. 해군함정까지 동원돼 황토를 뿌리고 있으나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제성 있는 적조퇴치법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연안의 오염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허정구 논설위원 hu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