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이 바로 '공금 횡령'이고,그로 인해 조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금 횡령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의 공적자금을 불법적으로 사적 용도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는 생각으로 기업의 돈을 빼돌리거나,사적으로 사용한 기업주들도 있었다. 더러는 지금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직장인들 가운데서도 구조적으로 회사 돈을 쉽게 유용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경리 또는 자금부가 좋은 예다. 그 외에도 구매부라든가,영업부의 수금 사원 등이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들은 회사가 자금상 여유가 있을 때 회사 자금을 일시적으로 표나지 않게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곧 되갚을 요량으로 사적으로 잠시 썼다가 여의치 않아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금 횡령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그것이 일종의 기업범죄라는 것,그리고 개인의 도덕심 문제 이상 깊은 의미가 있다. 자본주의 기업의 경쟁우위는 토지 노동 자본 등 3대 요소를 어떻게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는가,그리고 각각의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하는가로 판가름난다. 우선 토지는 놀려서는 안된다. 소출이 보다 많은 작물을 심거나 공장을 짓거나 아니면 야적장으로라도 사용해야 한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근무강도를 높이고,초과근무도 시켰다. 게다가 동기부여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거나,조직몰입이다 직무몰입이다 하여 종업원들이 회사일 말고는 딴 생각을,즉 노동 횡령을 못하게 했다. 자본주의라는 말 그 자체가 대변하듯 자본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 없다. 자본의 효용함수는 효용을 최대로 높이는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거기에 자본을,즉 돈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돈을 개인이 횡령한다는 것은,달리 표현하면 무수익 자산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요즘 우리는 '정보사회'라는 표현에 이어 '지식사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자본이 중요한 생산요소인 사회를 자본주의로 불렀듯이,지식이 가장 중요한 사회를 지식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격차를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라고 표현하는데,이는 정보기술을 이용한 지식 활용도의 차이를 뜻한다. 사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족,또는 왜곡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즉 정보의 흐름은 중계장치(즉,중간 계층)가 하나 증가할 때마다 내용은 반감하고 소음은 배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한다. 하나는 조직구조적 접근으로서,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중간계층을 축소하고 수평조직으로 바꾸어 종업원들로 하여금 지식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행동변화 접근으로서,종업원들로 하여금 지식공유 마인드를 강조하고 교육을 시킨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에서 정보와 지식을 사유화하려는 종업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보를 주로 서류에 의해 유통했고 또 보관하던 시절,윗사람에게 잘 보여 승진하고 살아남는 방법 하나가 중요정보를 독점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당시 그런 일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것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고 또 중요하게 규제를 당하지 않은 것은 자본이 지식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이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의 유통과 공유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식을 어떤 사적(私的) 목적으로 '독점 사용'하는 것은,예컨대 그것이 개인의 승진 전략이든,경쟁기업에게 빼돌리려는 것이든 그것은 '지식 횡령'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공금 횡령보다 더 나쁜 것이 지식사회의 지식 횡령이다. 왜냐하면 공금 횡령은 돈 그 자체의 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이지만,지식 횡령은 다른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마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jklee4808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