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3@arirangtv.com 10여년 전 필자는 일본의 신문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상품광고에 큼지막한 글씨로 가격을 표시해 둔 것이었다. 일본의 상품광고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오늘 필자는 모두 5가지의 일간지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가격이 표시된 상품광고를 발견할 수 없었다. 국내 방송의 CF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상품의 '품질'이나 '이미지'만 강조한다. 상품 구매의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그토록 물건값에 대범하다는 것일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백화점 세일'에 몰려들거나 '할인매장'을 찾는 인파를 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통한 상품광고는 오로지 '이 제품을 믿어 달라'고만 외친다. 아직도 가격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가격정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딸애의 휴대폰을 사주기 위해 며칠 동안 대리점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대리점마다 가격이 달랐고 인터넷 할인코너도 적지 않아 대리점은 물론 인터넷사이트까지 뒤졌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휴대폰 하나를 구입하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물건을 좀 싸게 산 듯 하지만 그래도 뒤가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는 물건을 사고도 불안하다. 아직도 국내시장의 유통구조가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 소비자가 이런 고충을 겪는데 외국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산업자원부가 소비자보호원과 함께 외국인이 즐겨찾는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이태원 용산전자상가 등을 중심으로 '가격표시제'이행을 점검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10평 이상의 소매점포는 의무적으로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가격표시제'를 실시토록 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요원하다. 신용카드는 무한 발급되지만 정작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신용사회는 아직 멀기만 하다. 정부가 소매점포 단속에 앞서 '브랜드 상품'의 유통구조부터 바로잡을 때 가격 경쟁력의 신용사회는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