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과학자가 '미래의 신소재'로 주목받는 고온 초전도체인 마그네슘디보라이드(MgB₂)의 초전도성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최형준(崔炯俊.32) 박사와 스티븐 G. 루이 교수는 과학전문지 '네이처(15일자)'에서 MgB₂가 다른 초전도체보다 훨씬 높은 절대온도 39K(-234℃)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것은 내부 전자들이 '이중 에너지 간격(double energy gap)'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온 초전도체는 절대온도 0도 이상의 일정 온도에서 저항을 상실, 다른 전도체와는 달리 열로 인한 에너지의 손실이 없으므로 전류가 계속 흐르는 성질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전력의 무손실 송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고속컴퓨터 등 산업 전반에널리 사용될 수 있는 유망 신소재다. 작년 2월 39K에서 초전도체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MgB₂는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일 뿐 아니라 제조가 쉽다는 점에서 고온 초전도체 실용화를 앞당길 물질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보통 20K 이하에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내는 다른 금속 초전도체와 달리 MgB₂가 39K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이유는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아 이를 규명하는 것이 관련 학계의 과제였다. 최 박사와 루이 교수는 MgB₂에 대한 정밀한 물성계산과 엄격한 이론 적용을 통해 이 물질에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상태인 '초전도 에너지 간격(superconductingenergy gap)이 15K와 45K 두 온도에 존재하며 이 때문에 39K에서 초전도현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의 워런 피켓 교수는 논평에서 "이 연구는 초전도체의 기본 특성인 '에너지 간격(energy gap)'의 전체 구조를 최초로 밝힌 것"이라며 "이 연구로 초전도성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 박사는 "금속 내의 원자들이 운동할 때 전자가 둘씩 결합하면서 전자의 에너지가 감소하는데 이때 전자 하나당 감소하는 에너지량이 바로 `초전도 에너지 간격'"이라며 "이 연구는 MgB₂에 초전도 에너지 간격이 두 개 존재하며 이 때문에 MgB₂가 다른 금속계 초전도체와 다른 성질을 보인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지난 2000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UC 버클리 '밀러 리서치 펠로'로 선발돼 박사 후 연구 과정을 수행 중이다. 밀러 리서치 펠로는 밀러재단이 물리, 생물, 수학, 공학 분야의 우수한 젊은 과학자를 UC 버클리로 유치하기 위해 만든 장학제도로 최 박사는 당시 하버드와 프린스턴, MIT, 스탠퍼드, 케임브리지 출신자들을 물리치고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