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기관경고와 주의적 기관경고 조치는 외국계 증권사 법인에 대한 첫 징계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은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34%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주된 매매창구이며,그들이 내놓는 보고서와 투자의견 또한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번에 문제가 된 워버그와 메릴린치는 외국계 증권사 중 국내영업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명성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는 특히 충격적이다. 지난 5월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에 관한 보고서만 하더라도 워버그증권은 공식발표 사흘전부터 자사 고객에게 이를 알린 것을 비롯 비슷한 사례가 올들어 다섯달 동안 11건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불법적인 자료유출이 일상화돼 있음을 뜻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워버그증권은 서울지점에 외국인이 낸 주문과 체결정보를 홍콩지점 직원과 13개국의 자사 고객이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에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의 거래정보를 조직적으로 영업에 활용해왔다는 점이다. 조사자료나 주문정보를 사전에 누출시키는 것이 불건전 영업행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런 행위가 조직내의 몇몇 탈선자에 의해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조직전체에 의해 공공연히, 그리고 상습적으로 자행됐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임직원의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기준을 세우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증권거래법이 공염불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금감원의 이번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기관경고와 임직원 21명에 대한 정직과 감봉 등의 제재를 내렸다고 하지만 상당수가 이미 회사를 떠난 마당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책임이 무거운 관련자에 대해선 검찰 고발 등 보다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