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가 적발됐다면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징계를 받았을 겁니다." UBS워버그와 메릴린치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징계소식을 접한 국내증권사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지난 5월 국내 증시를 무섭게 뒤흔들었던 '워버그의 삼성전자 보고서 파문'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있는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중징계라는 말도 한낱 '포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징계수위가 너무 약하고 실효성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워버그와 메릴린치는 이번 금감원의 조치로 세계적인 증권사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고 이미지에도 어느 정도 손상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동안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한 대가 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워버그의 경우 '기관 경고' 외에 직원 15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이중 외국인은 이미 일본으로 떠난 전직 지점장과 휴가중인 조나단 더튼을 포함한 애널리스트 2명 등 모두 3명이다. 나머지 징계대상자는 모두 워버그에 고용된 한국인이다. 더구나 전직 지점장과 더튼 등은 한국을 떠나 일본이나 홍콩 등지에서 계속 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출국해서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증권맨으로 일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금감원측에서는 "이들의 인사기록카드에 징계사실이 기록될 것이기 때문에 제재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워버그증권에서 이미 이들을 새로운 자리에 앉혔거나 기용할 예정이라는 사실만 봐도 금감원의 징계 '무효성'을 알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불법영업과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국내증권사에 대해 영업점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었다. 증시에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강한 의지도 밝혔었다. 이번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조치와 너무 대조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국이 감독의 사각지대였던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낸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징계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솜방망이식 처벌'로 일관할 경우 다시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건호 증권부 기자 leekh@hankyun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