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세계안보 상황과 경제적 변동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등 국가들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세계화가 가져다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적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세안지역 이외의 국가들과 유대관계를 지속하는 일도 함께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무역은 국가번영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무역은 인류와 사회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며,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무역이 확대되면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지식과 기술이 전세계로 전파된다. 기업가 정신이 발현돼 일자리가 창출되며 외국인투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중심축인 것이다. 중요한 점은 무역 자유화가 아세안지역에만 국한돼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보다 넓은 개념의 지역주의가 필요하다. 아시아자유무역지대(AFTA)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AFTA라는 보다 확대된 개념의 지역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선진국과 당당히 맞설 수 있다. AFTA에 대한 구상은 올해초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이 상호간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관세를 0∼5%로 낮추겠다고 서명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AFTA가 달성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역내무역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아세안 지도자들은 무역장애 요소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일에 보다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상품과 사람의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한편 정보통신과 교통,금융서비스 등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사회체제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은 거대 중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통합체의 부상을 두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나는 경쟁상대의 등장이요,나머지는 또 다른 상품 시장의 창출이라 할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인구는 중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치면 중국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더욱 개방된 경제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변화에 대응,어떤 방법으로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될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아세안국가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협정이 타결된다는 것은 2조달러의 GDP를 자랑하는 20억 인구의 새로운 시장이 탄생한다는 뜻이다. 아세안국가의 입장에서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을 최대 48%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나라들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지역으로 아세안지역이 활용될 수도 있다. 이처럼 아세안 개별 국가들의 운명은 나머지 다른 국가들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Asean Prepares to Take on Trade Giant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