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들이 잇따른 기업어음(CP) 부실화로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유혹에 이끌려 재무상태가 불량한 기업들의 CP를 인수했다가 부실화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사들인 CP 중 부도가 났거나 부도 위험이 있는 물량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저축은행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실 CP 문제로 경영진이 무더기로 물러나는 사태까지 예상되고 있다. ◆ 잇따르는 CP 부실화 =최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신청한 대림수산의 7월 말 현재 총 채무액은 1천9백50억원. 이중 약 1백50억원이 CP 발행을 통해 저축은행들에서 빌린 돈이다. 만약 대림수산이 끝내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CP를 인수한 저축은행들은 대출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지난달 24일 부도처리된 코오롱TNS에도 CP 매입을 통해 총 9백45억원을 대출해 줬다. 코오롱TNS의 CP를 산 저축은행은 30여개사로 파악된다. 이밖에 저축은행들은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서울전자통신에도 CP 인수 방식으로 53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부도가 났거나 부도 가능성이 높은 CP를 대량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CP 왜 인수했나 =저축은행들은 올 들어 여유자금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예대율(총여신/총수신x100)은 79.1%. 저축은행 예금액의 20% 이상이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돈 굴릴 곳이 없다보니 연 10% 이상 고금리로 발행되는 CP의 유혹을 외면하기 어렵다"는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림수산의 CP는 연 12% 수준에 발행됐고 코오롱TNS의 CP는 연 10.2~10.6%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같은 CP는 대부분 담보나 지급보증이 없다. 따라서 CP 발행사가 문을 닫을 경우 대출액은 고스란히 부실로 남게 된다. ◆ 해결 방법은 =금융계는 저축은행 부실 대출의 대부분이 CP 매입을 통해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CP시장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코오롱TNS 대출에서도 드러나듯 한 회사의 CP 발행액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CP시장에 대한 관리체계와 정보 집중을 일원화해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CP 매입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연.최철규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