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중앙부처 5백57개 실ㆍ국장직 1년20일,1천6백57개 과장직 1년1개월21일.' 이것은 공무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다. 1년 남짓한 이 재직기간에 대해 국무총리실 민간자문기구인 정책평가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잦은 순환보직이나 인사이동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남짓한 부처가 적잖은 것까지 감안하면,위아래 할 것없이 모두가 1년짜리인 셈이다. 정책평가위원회는 공무원의 전문성 문제를 거론했다. 1년짜리 재직기간이 그런 문제에 한정된다면 차라리 괜찮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어차피 공무원의 전문성이 민간의 그것보다 결코 나을 수 없는 추세로 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전문성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정책은 수도 없이 발표되는데 어찌됐는지 모르겠다는 것은 어느 부처할 것 없이 이제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과장이 바뀌고 국장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무조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도 관행이 되다시피했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쉽지도 않을 테니,포장만 바꾼 재탕 삼탕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윗사람에 따라 그 취향도 가지가지다. 미국물 먹은 사람은 미국식을,일본물 먹은 사람은 일본식을,유럽물 먹은 사람은 유럽식을 요구하니 밑에 있는 사람만 죽을 지경이다. 그나마 실천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1년안에 계획과 실천 모두 이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실천은 아예 뒷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사후에 어찌 됐는지 보다,발표 자체가 더 중시되고 실적으로 간주될 정도라면 말이다. 이런 풍토에서 전임자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되레 이상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폐해다. 현 여건에서 그나마 폐해를 줄이는 길이 한가지 있기는 하다. 정책을 발표하면 이를 끝까지 추적해 그 공·과를 분명히 따지는 것이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