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요금인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부는 "사상최대 수익을 올린 만큼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동전화 업체들은 "향후 투자를 고려하면 여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언뜻 보면 매년 되풀이되는 요금인하 논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제는 "듣기조차 지겹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동전화 업체들이 요금인하 반대논리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투자'가 실제로는 별로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IMT-2000,구체적으로 말하면 비동기식 WCDMA 서비스 일정을 업체들이 상당 기간 연기할 전망이다. 한편에선 'WCDMA 무용론(無用論)'을 펴며 서비스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WCDMA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경준 KTF 사장은 "WCDMA 서비스가 동기식 서비스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WCDMA 서비스를 준비해온 KT아이컴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WCDMA보다는 현재 서비스 중인 동기식 EV-DO에 집중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결국 차세대 정보기술(IT)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도 없으면서 요금인하 여력은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세계 IT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요금문제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경제부처럼 요금인하를 단기적인 소비자 편익이나 물가관리 문제로 접근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상철 정통부 장관까지 나서 통신업체들의 투자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데도 이동전화업체들은 '요금인하 NO,투자확대 NO'로 화답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체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입장이었던 정통부로서도 이 대목은 쉽게 용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년 논란이 되풀이돼 온 이동통신요금 인하 문제에 통신업체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규호 산업부 IT팀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