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혼란스런 흐름을 타고 있다. 휴가철이란 계절적 특성과 지난 1일부터 변경된 제도에 대한 시장의 적응과정이 진행중이다. 하루 이동거리가 10원을 넘나드는 고르지 못한 변동성으로 인해 시장은 불안한 기운을 띠고 있는 셈. 8월 둘째주 환율( 8. 12∼ 8. 16)은 뚜렷한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저점이 높아지면서 1,210원대로 재진입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두 주와 같이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으나 위아래로 막아설 요인도 상존, 방향성 탐색이 이어질 수 있다. 달러/엔 환율의 동향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뉴욕 증시의 반등 추세연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달러/엔은 추가 상승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급상 한쪽으로 크게 부각될 만한 요인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휴가철을 맞은 업체의 ‘휴면’ 등으로 시장 유동성은 다른 계절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 외환당국도 어느정도 환율이 안정된 박스권내에서 움직이길 바라는 눈치다. 수급상 지켜볼 요인은 외국인의 주식매매동향 정도. ◆ 박스권내 고점 상향 추진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91.06원, 고점은 1,214.6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80.50원과 고점인 1,213.00원에서 상향한 수준. 조사결과, 위쪽으로 8명의 딜러가 ‘1,212∼1,215원’을 고점으로 지목, 전 고점(1,213.00원) 수준을 감안했다. 이어 4명의 딜러가 ‘1,210원’에 대한 경계감을 지적한 반면 4명의 딜러는 ‘1,220원’까지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아래쪽으로는 각각 7명씩 ‘1,195원’과 ‘1,190∼1,192원’을 하락의 한계로 전망, 1,190원대에 포진한 저가매수를 염두에 뒀다. 소수의견으로 각각 1명씩 ‘1,175원’과 ‘1,185원’서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을, 3명이 ‘1,150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을 가졌다. 지난주 환율은 반등 추세를 연장, 1,200원대로 본격 진입했다. 주초부터 축적된 외국인 주식순매도분 역송금수요, 달러/엔 상승, 역외매수 등으로 강한 상승세를 꿰찬 환율은 6일 장중 1,213.00원까지 급등, 6주중 최고치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1,210원대에 포진한 매물벽에 가로막힌 환율은 연 나흘동안 번번히 이 선에서 막히는 그림을 연출했다. 상승과 하락을 번갈아했던 종가흐름은 방향성없는 시장 추세를 방증하며 지난 금요일 1,203.9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주에도 일중 변동폭이 수요일(9.00원)과 금요일(8.40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거래일은 10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 달러/엔, 추가 상승 기대감 우세 = 최근 미국 달러화는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뮤추얼펀드의 환매요구에 따른 달러수요가 야기한 달러 강세 조정은 뉴욕 증시 반등과 금리인하 가능성에 따른 경기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힘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지난주 120엔대를 회복했으며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한 형국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도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이라 단정은 힘들다. 최근 달러/엔의 상승랠리가 단기적으로 122∼124엔까지 도달할 것이란 견해와 좁은 박스권내의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이란 인식이 공존한다. 일부에선 기술적 반등이란 점을 들어 하락 추세가 재개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FRB의 금리인하 여부와 8월 14일까지 각 회사 회계와 관련한 CEO들의 서명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지도 관심사다. 달러/엔은 뉴욕 증시와 연결고리를 맺고 끊음이 반복돼 다소 혼란스럽다. 달러/엔은 저항선으로 위치한 121.50엔을 확실히 뚫고 올라서야 추가 상승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흔들리는 ‘환심(換心)’ = 달러/원은 일단 달러/엔 방향과 같이 가되 속도감에선 차이를 드러내 보일 전망이다. 엔/원 환율 100엔당 1,000원을 축으로 상하 시소하면서 국내 수급상황을 반영한다는 것. 최근 번번히 막힌 1,210원대의 본격 등정을 위해서는 특정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박상배 기업은행 딜러는 “위아래 모멘텀이 없고 한쪽으로 몰릴만한 장세가 아니다”며 “1,210원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달러/엔 등의 계기가 있어줘야 하며 이는 금리인하, 회계서명 등에 따라 변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10원 이상은 달러/엔을 내다볼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얘기다. 업체들도 거래가 크게 줄었으나 1,210원대는 일단 ‘매도타이밍’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주 나흘내리 1,210원대에서 흘러내렸음을 감안하면 ‘매물벽’이 상당하다는 것. 결국 아래쪽으로는 달러/엔이, 위로는 업체 물량이 막고 서 있는 형국이다. 김장욱 조흥은행 딜러는 “달러/엔과 방향만 맞춘 상태에서 달러/엔이 122엔을 확실히 넘지 않으면 달러/원도 1,210원대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래쪽으로 정부도 1,190원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해 일중 5∼10원 이상 변동하는 감 잡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 주식매매의 경우 뉴욕 증시 흐름과 비슷한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 뉴욕 증시가 오르면 국내에서 순매수, 그렇지 않으면 순매도의 방정식으로 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것. 어쨌든 최근 유동성 부족과 얇은 매매호가 등으로 시장은 위태로운 ‘외줄타기’의 형세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관망세와 일시적인 수급 몰림에 따른 부화뇌동의 장세가 단기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