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든 남자'가 늘고 있다. 서울 강남 여의도 등 비즈니스맨들이 몰리는 거리에선 핸드백을 든 남자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여자용으로만 여겨졌던 핸드백이 남자들의 패션용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핸드백 든 남자는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핸드백은 손에 들고 다니는 것도 있고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것도 있다. 핸드백이 남자들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은 무엇보다 신사복 고급화 추세와 관련이 깊다. 신사복 옷감이 얇아지고 가벼워짐에 따라 호주머니에 소지품을 넣고 다니기가 곤란해진 것. 1백50수 이상의 원사로 만든 최고급 정장의 경우 주머니에 묵직한 볼펜 하나 넣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소지품을 넣었다간 울퉁불퉁 불거져 모양새가 사나울 뿐 아니라 옷이 늘어져 후줄근해진다. 그런데 휴대폰 자동차열쇠 등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물건은 예전에 비해 늘었다. 남자용 핸드백의 인기는 최근 수년새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인기 피혁·잡화 브랜드인 닥스나 루이까또즈의 경우 1998년부터 남자 핸드백 수요가 조금씩 늘기 시작해 2000년부터는 연평균 50%를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브랜드 모두 남자 핸드백 매출이 1백% 이상 증가했다. 루이비통 페라가모 코치 샘소나이트 등 수입 브랜드에서도 남자 핸드백이 두드러진 성적을 올리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남자용 핸드백 판매 비중을 늘리고 보다 세련된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에스트로 헤지스 로가디스 케네스콜 등 남성복 브랜드들은 의류매장에 핸드백과 액세서리를 경쟁적으로 진열하고 있다. 옷을 사면서 핸드백이나 소품까지 사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일부 고객은 핸드백이 탐나 매장에 들어왔다가 옷까지 사가기도 한다. 남성 잡화 신규브랜드도 잇따를 전망이다. 올 가을·겨울 시즌에만 소다 밀로숀 등이 남성 잡화 시장에 뛰어든다. LG패션 닥스 액세서리팀 차창현 팀장은 "값 비싼 옷이 보편화되고 무엇이든 들고 다니는 '테이크아웃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래저래 남자에게도 핸드백이 필요해졌다"며 "내년 봄께 핸드백은 물론 옆으로 매는 크로스백,여행가방 등 남성가방류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