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번화가인 동경 신주쿠. 이곳에서 고층빌딩을 바라보면 사방 곳곳에서 '武富士(다케후지)'라고 써있는 옥외 광고판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발한다.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신주쿠 시내를 '점령'하고 있는 간판을 보고 이 회사를 일본 유수의 대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다케후지란 회사는 연 23∼29%의 금리에 최고 50만엔(5백만원)까지 빌려주는 대금업체다. ◆ 악화되는 영업환경 =국내 대형 사채업체 사장 5명은 올초 일본 대금업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당시 일본에 다녀온 대호크레디트의 엽찬영 회장은 "일본 대금업체를 벤치마킹, 한국에서도 대금업이 제3의 금융업으로 자리잡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꿈'이 한국에서 실현되기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대부업법 제정에 따라 토종대금업체들은 일본계 대금업체, 저축은행 등과 힘겨운 고객유치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토종 대금업체들은 이제까지 저축은행과 일본계 대금업체로 부터 '대출불가' 판정을 받은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연리 1백30∼4백%짜리 대출을 해주며 수지를 맞춰 왔다. 하지만 올 10월부터는 일본계 대금업체들과 같은 금리조건(연 70%)으로 경쟁해야 한다. ◆ 생존 전략 =국내 사채업자들이 불법영업에서 벗어나 '제3금융권'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달금리를 낮춰야 한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국내 저축은행으로부터 연 17%에 3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 대출자원으로 쓰고 있다. 반면 토종업체들은 개인 전주(錢主)들로부터 연 20∼40%에 대출용 자금을 빌려쓰고 있다. 토종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업체들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전국체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우선 몸집을 불린 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된다는 의미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