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달에도 지난주에 이어 위아래로의 변동성 요인을 품고 있다. 8월 여름 휴가철의 계절적인 요인과 대외여건의 맞물림이 어떻게 형성될 지 관심사다. 미국 경제상황에 따른 달러화의 방향이 큰 그림을 제시하는 가운데 순간적인 수급동향에 따른 반등이 예상된다. 이번달(8. 5∼ 8. 30) 환율은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시적인 조정의 과정도 경험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동안 시장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불안한 움직임을 띨 가능성도 크다. 넓은 거래범위 속에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뚜렷한 방향성은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변수 가운데 미국 달러화 가치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120엔대 반등이후 재반락하고 있는 달러/엔 환율이 하락 추세를 이어갈 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급은 일단 일방적인 공급우위는 일단락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월은 통상적으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네고물량 공급이 많지 않은데다 해외여행이 많아 달러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SK텔레콤의 지분매각분의 처리 여부가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방적인 하락추세는 일단락된 가운데 혼조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외환당국이 1,170원 밑에서 불편함을 피력, 환율은 하방경직성을 지닐 여지도 있다. ◆ 혼조국면 지속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8월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63.33원, 고점은 1,205.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장중 저점인 1,164.00원, 고점인 1,209.00원과 비슷한 수준. (※ 외환표: 은행권 딜러 월간환율 전망치) 조사결과, 위쪽으로 8명의 딜러가 '1,195∼1,200원'을 상승의 한계로 내다봤다. 이어 6명의 딜러가 '1,205∼1,210원'을, 1명의 딜러가 '1,230원'까지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아래쪽으로는 7명이 '1,170원'을 저점으로 지목, 연중 저점 경신 시도가 막힐 것으로 지목했다. 또 5명이 '1,160∼1,165원'에서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을, 3명이 '1,150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을 가졌다. 지난달 환율은 하락 추세의 거칠 것 없는 행진을 통해 1,200원을 손쉽게 뚫고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의 120엔 붕괴와 궤적을 맞추면서 공급우위의 수급동향에 귀를 기울였다. 이에 따라 환율은 22일경 장중 연중 및 20개월 최저치인 1,164.0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그러나 강한 조정의 기운을 맞닥뜨린 환율은 지난달 29일 장중 1,209원까지 반등, 모처럼 환율 상승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차 SK텔레콤의 지분매각대금과 월말 네고 등에 되밀리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지난주에는 일중 변동폭이 수요일(7.80원) 하루를 제외하고 나머지 거래일 모두 10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 미국 및 달러/엔 '주목' = 미국 경제의 향방에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반짝 반등하기도 했던 뉴욕 증시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물 경제지표로 인해 다시 아래쪽으로 내몰려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하고 있다. 달러화도 이같은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의심'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일시적으로 엔화에 대해 120엔대를 회복하고 유로화대비 1달러 밑으로 내려선 달러화는 재차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약세 정도가 깊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시완 우리은행 딜러는 "8월 14일까지 예정된 각 회사 회계와 관련한 CEO들의 서명에 시장에 어떻게 반응하고 달러화의 강세 전환 여부가 중요하다"며 "또 이라크 공습 여부에 따른 국제유가의 반응도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달러가치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로 만든 규정에서 지난 회계연도 매출액 기준으로 12억달러 이상 기업들의 CEO는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었고 향후 회계부정이 드러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 서명을 해야 한다. 대상 미국내 947개 상장기업들이다. 일단 달러/원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가하고 있는 달러/엔 환율은 최근 115∼120엔 범위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시장은 쉽게 달러/엔의 방향을 점치지 못하고 있다. 115엔대가 바닥으로 확인될 지, 되튈지 여부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셈. 다만 일본 정부가 115엔대를 '마지노선'으로 공표한 바 있어 이 선은 단기 바닥 역할을 맡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이에 따라 원-엔을 '10 대 1'비율에서 감안하면 1,150원대 밑으로의 급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인 하방 경직성을 지닌 레벨이 되는 셈. ◆ 꿈틀거리는 달러수요 = 매수세의 부재가 그동안의 하락세에 공헌도가 컸다. 다만 8월 한달 전통적인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달러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휴가철을 맞아 수출이 많지 않은 데다 해외여행객의 급증으로 여행수지에서 적자가 두드러지기 때문. 특히 해외여행을 위한 달러수요는 은행을 통한 직접적인 환전을 하기 때문에 포지션에 바로 잡히기 때문에 은행권의 딜러들도 이를 충분히 고려한다. 다만 SKT의 지분매각분이 여전히 유동적이다. 지난주 SK글로벌 물량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나 아직 SK(주)의 지분매각대금은 남아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중립적으로 처리한다고 공언했던 정부에서 어떻게 나올 지가 관심사. 홍승모 NAB딜러는 "업체들은 일단 급한 매물은 많이 처리했다"며 "그러나 SKT의 지분매각대금이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고 거래최소단위가 100만달러로 전환돼 전반적인 유동성이 줄었고 등락폭이 큰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계속 이어지고 규모도 적지 않아 역송금수요가 축적되고 있는 측면도 매수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급면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몰리는 형국은 일단 잠잠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정인우 도쿄미쯔비시 딜러는 "수출이 비수기라 무역흑자가 많지 않을 것이고 여행수지는 적자가 예상돼 수요우위가 될 것"이라며 "달러매도(숏)마인드가 여전히 강하긴 하나 이를 불식시킬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가철에 따른 업체 실수가 적어 투기적인 요소는 일단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업체도 레벨을 보고 네고를 내놓기 때문에 포지션이 없는 상태에서 등락이 한 쪽으로 쉽게 몰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대체로 지난달 기록한 단기 저점과 고점격인 1,164.00원과 1,209.00원 근방을 각기 단기 지지선과 저항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선을 각각 뚫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가해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