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달 8월이 오면 무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은 것은 한둘이 아니지만 세계 역사에서 무궁화처럼 수난을 당한 나라꽃(國花)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구국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일제는 무궁화나무를 뽑아버리고 불태웠다. 게다가 근거 없는 얘기들도 퍼뜨렸다.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고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며 '피꽃' '부스럼꽃'으로 부르면서 멀리 하도록 했다.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로 불리는 무궁화가 악의 꽃이 되어버린 셈이다. 일제의 영향 탓이겠지만 무궁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들이 많다. 외래식물이라느니, 하루만 지나면 시든다느니 해서 나라꽃으로 적합지 않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상고시대를 기술한 '단기고사'와 '환단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고대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에도 한반도의 무궁화에 관한 기록이 있다. 무궁화는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어서 우리 민족성에 비유되곤 한다. 씨나 꺾꽂이로 번식되고, 한송이 꽃이 아닌 나무 전체로 볼때 꽃을 피는 기간은 7∼10월까지 길다. 추위에도 잘 견뎌 평양이남에서는 어디서나 잘 자라고, 진딧물이 끼기는 하나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다. 무궁화가 언제부터 나라꽃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못한다. 독립문 정초식때 배재학당 학도들이 부른 애국가(지금의 애국가와는 다르다)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국화로 자리매김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그동안 소홀히 취급돼 온 무궁화에 대한 인식은 지난 월드컵을 계기로 더욱 새로워졌다. 전국에 걸친 무궁화나무심기운동 덕택이다. 품종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20여년간 무궁화 품종개량에 몰두해 온 심경구 성균관대 식물원장은 며칠전 색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2백여 종류나 되는 무궁화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짓자는 것이다. 광복절에 맞춰 무궁화박물관이 착공된다면 더욱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