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법화 과정에 있는 경제법안들 중에는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굵직한 것들이 많다. 3백만여 상가임차인들의 계약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상가임대차 보호법'이나 사채이자 상한선을 정할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 공적자금 손실분을 어떻게 갚아나갈 지를 결정할 상환대책 관련 법률 등이 그렇다. 보증금과 이자,세금 등과 관련된 사항들이어서인지 언론에서 취급하는 비중도 크고 법안이 진행돼 가는 과정마다 독자들의 문의전화도 많다. 그러나 입법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 법안의 기초 데이터들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부실한 데이터는 경제법안의 정교성을 떨어뜨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낭비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상가임대 현황 자료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작성한 이 자료는 수도권 상가의 평균 보증금(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 합산)을 1억6천3백71만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자료를 기초로 수도권 상가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1억4천만원 이하' 보증금 납부 상가를 5년간 보증계약 보호대상으로 지정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했다. 자료는 수도권내의 지역별 임대료 편차를 인정하지 않아 1억4천만원 이하라면 서울지역에서는 전체의 50%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곧바로 "지역별로 계약보호 기준을 세분화할 방침"이라고 밝혀 자료의 비합리성을 인정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사채이자 상한선 결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법 발안때 사채시장 기초 자료를 만들고'연 60%'라는 금리 상한을 제시했었다. 당시의 실무담당자는 "시간에 쫓겨 통계보다는 주택담보대출금리의 10배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예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금융연구원 등의 보고서대로 고수하고 있는 공적자금의 '현세대 부담 원칙'도 조세부담률과 이에 따른 경제성장의 부담 등을 생각해서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