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환씨(25.S대 언어학과 4학년)는 미국공인회계사(AICPA)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작년 11월 A회계학원에 등록했다. 공부도 공부지만 AICPA 시험을 보려면 회계관련 과목의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 대학때 관련 학점을 따놓지 못했던 표씨는 평생교육시설인 A학원에서 관련 수업을 들으면 '학점은행제'상의 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학원측의 말을 믿고 시험준비를 해왔다. 그는 그러나 최근 "대학생들은 학점인정이 안된다"는 학원측의 통보를 받았다. 표씨는 "지난 5월에도 재학생들이 학점을 인정받아 시험을 봤는데 오는 11월 시험을 치르려는 사람은 안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점은행제란 정부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인들이 교육인적자원부가 인정한 평생교육시설에서 수업을 들으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것. 재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학점은행제 혜택자를 가릴 때는 학생들의 최종학력과 주민등록번호만 확인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최종학력 '고졸'인 재학생들도 학점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교육부도 최근 평생학습기관에 대학 재학생들이 등록한 사실을 적발, 학원측에 시정조치를 내렸다. A학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교육부가 뒤늦게 시정 조치를 내려 전체 수강생의 30%인 1백30명의 재학생들에게 수강료를 환불해 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요즘엔 공대나 인문계 대학 재학생들 중에 AICPA같은 전문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이 많다"며 "일선 학교에서 수요를 감당치 못해 평생교육시설로 공부하러 오는 것을 막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뒤늦게 이런 현실적인 수요를 감안, 대학 재학생들도 일정학점 범위내에서 평생교육기관에서 들은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그러나 9월 전에 평생교육시설에 등록한 재학생들에게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해 표씨를 비롯한 11월 AICPA 시험을 준비하던 재학생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교육부의 관리소홀과 늑장대응으로 취업준비에 바쁜 학생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이태명 사회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