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의 신임 대표이사(CEO)에 2일 취임한 이경준사장은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즐비한 통신업계에서 방송통신대학을 나온 특이한 학력을 갖고 있다. 9급 말단 우체국 공무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여 올해 매출 목표 6조원의 대기업 CEO로 신분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그는 학벌이나 출신지역 등 배경보다는 모든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48년 전북 출생인 이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총명하고 공부잘하는 아이였으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홀로 상경, 서울에서 하숙을 하면서 공부를 했으나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다. 7남매의 장남인 그가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면서 68년 김제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집안의 생계를 이끌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공무원이 되는 것. 체신부 공무원 5급을(현 9급) 시험에 합격해 군산 우체국에서 사회의 첫발을 시작했다. 당시 무선전송지원보였던 그가 했던 일은 가정과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며 고장난 무전기를 고쳐주는 것이었다. 이후 73년 해외연수 시험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 독일의 우정성에서 네트워크 설계 등 첨단 통신기술을 배웠으며 78년 2년 과정인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합격하고 같은해에 기술고시에도 패스했다. 이후에도 그는 시험보고 공부하고 또 시험보고 공부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통신분야의 전문가와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높여나갔다. 86년 미국 AT&T에 연수가는 시험에도 합격, 2년간 파견 근무를 했으며 귀국해 방송통신대가 4년제로 승격되자 전자계산학과에 입학, 만 44세인 92년에 졸업했다. 이후에도 94년 연세대 산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같은기간 전기통신기술사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따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고국가정책과정을 비롯해 이대학 저대학을 기웃거리면서 쓸만한 교육과정을 섭렵했다. 이같은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말단 공무원인 그를 통신분야 최고의엔지니어로, 다시 기업경영인으로 변신시켰다. 지난 97년 한국통신프리텔(현 KTF[32390])의 기술부문장(상무)을 맡아 이통업계에서 최단기간인 1년여만에 전국에 PCS(개인휴대통신)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했으며 지난 2월부터 KT의 기획조정실장(전무)으로 일하는 과정에서는 그가 두루두루 공부한 것이 요긴하게 쓰였다는 것. `하늘도 스스로 돕느자를 돕는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 사장은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일이 이뤄진다"는 인생철학을 갖고있다. KT그룹내 송영한 인력관리실장과 쌍벽을 이루는 두주불사형으로 소주 2병은 가볍게 마시는 주량을 과시하지만 절대 2차는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소탈하면서 화통한 성격에 유머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인생을 돌이켜 보면 공부하고 시험본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걸려서 초급대학을 나왔고 다시 또 10년 걸려서 4년제 대학을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는 노력하면 KTF가 언젠가는 SK텔레콤을 이기고 국내 최고의 이동통신업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당찬 각오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