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광복절을 맞는 8월이 되면 일본군의 만행이 속속 들추어진다. 그중에서도 생체실험을 한 일본 '731부대'의 잔학상은 모든 사람들을 전율케 한다. 아직 베일에 감춰진 의혹이 많아 한국과 중국은 진상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여태껏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인체실험과 관련돼 인륜의 범죄를 저지른 어느 한 사람도 처벌한 적이 없을 뿐더러 사실확인조차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못했는지 시노즈카 요시오(79)가 엊그제 양심선언을 하고 나섰다. 과거 731부대에 복무하면서 저지른 죄상을 폭로하며 자신을 전범(戰犯)으로 생각한다고 외신기자들에게 털어놓았다. 이 고백은 큰 충격파를 던져 당장 오는 27일의 배상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몇년째 계속돼 온 이 재판은 일본군의 세균실험에 희생된 2천1백명의 중국인 유족을 대표해 1백80명의 중국인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관동군 731부대는 세균전을 수행할 목적으로 1936년 만주 하얼빈에 창설됐다. 초대 사령관은 교토대의대를 졸업한 저명한 세균학박사였던 이시이 중장(中將)이어서 '이시이 부대'라 불리기도 한다. 이 부대는 철도와 비행장이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컸고 상주 부대원도 2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존속된 731부대는 전쟁포로와 중국인들을 끌어다 생체실험을 했는데 그 숫자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세균전부대는 베이징 난징 광둥 등지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그 희생자가 최대 25만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731부대의 잔학상은 영화 '마루타''아웃브레이크''엑스파일' 등에서 보듯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작가 골드가 쓴 '731부대의 진상'을 보면 이 부대에서 만든 '통나무'란 뜻의 마루타(丸太) 인체표본만도 페스트 콜레라 등 수백개라는 것이다. 역사는 가린다고 감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잊는 사람은 과거를 반복하는 벌을 받는다"는 경구를 일본은 지금도 간과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