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h@koscom.co.kr 이맘 때는 누구나 무더운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계속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한여름에도 새벽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새들과 매미의 합창을 만끽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새벽잠을 곤히 자고 있을 이때가 내게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심신을 맑게 하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은 자식을 위해 맑은 정화수를 떠놓고 새벽 불공을 드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절로 와 닿는 때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숙제를 하던 것이 습관화돼 지금도 이 시간에 산책을 한다. 이런저런 상념(想念)속에 길을 거닐다보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대하게 된다. 남편이 하는 일이 여의치 않아 생활의 보탬이 되고자 우유를 배달하는 중년의 아주머니. 궂은 일이지만 표정은 누구보다 밝다.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다고 하질 않던가. 자동차를 닦는 아저씨의 손놀림도 무척 바쁘다. 한겨울에는 뜨거운 물을 길러오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여름인지라 좀 수월해 보인다. 그러나 차 주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옆에 사람이 지나가도 모를 지경이다. 우리 아파트에는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알뜰시장이 열린다. 이날도 새벽부터 각자 가져온 물건을 풀어놓기 바쁘다. 모두 구김살 하나 없는 표정들이다. 부인회에서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철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할 때도 묵묵히 인내하던 착한 사람들이다. 이 모두가 나에게는 생활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새벽 산책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들이다. '봉고불우(逢苦不憂)'라. 누구나 매일 문제를 만나게 돼 있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인생살이라고 하질 않았던가. 어려운 일을 만나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항상 밝고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일본사람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아리가토'라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어 고맙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