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R&D)투자는 전년대비 16.3%가 늘어난 16조1천1백5억원으로 GDP 대비 2.96%를 기록했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경상금액으로, 또 GDP 대비 R&D투자 비율로도 지난 63년 정부조사 이후 최고라는 평가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중시해 왔던 GDP 대비 R&D투자 비율이 금년엔 3% 수준을 쉽게 돌파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과기부는 절대적 투자규모가 미국이나 일본 독일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며 정부예산 증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한편 산자부는 산업경쟁력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천전략이라며 '2010 산업비전과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그 첫번째가 2010년까지 R&D투자 규모를 선진 7개국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4강 진입을 위한 핵심 산업기술 개발에 3조원의 예산투입을 요구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정부예산으로 과연 원하는 투자규모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지금 R&D투자에서 민간 대 정부비중은 75% 대 25%.이것이 거꾸로 25% 대 75%가 되도록 정부예산을 늘려야 할 것인가,아니면 90% 대 10%가 되더라도 민간투자를 대폭 끌어낼 것인가. 전제조건이 있다면 현재 민간 대 정부비중 75% 대 25%가 선진국을 봐도 보편적 구성비라는 점.이것은 앞으로 R&D투자 증대가 민간부문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예산증대에 더욱 주목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잡은 건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또 우리와 선진국 주요기업들의 설비투자와 R&D투자 구성비를 비교해 보라.우리는 여전히 설비투자로 먹고 살고 있다. 산업계 R&D투자 증대의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정부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주요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급증하고 있지만 무슨 용도로 사용될지 아직 말만 무성하다. 이 자금이 R&D투자로 적극 유인되도록 하는 것,바로 그것 아닐까.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