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허준구 명예회장은 지난 55년간 LG를 이끌어 온 구.허씨 양대축의 허씨 가문을 대표하는 경영자였다. 허 명예회장은 구자경 LG명예회장과 함께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를 모토로 양가간 동업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왔다. 허 명예회장은 1923년 경남 진양에서 고 허만정 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일본 도쿄 관동중학교(5년제)를 졸업했다. 허 명예회장이 LG의 창업에 참여함으로써 구·허씨 양가의 동업은 시작됐다. 고 구인회 LG창업회장의 장인인 고 허만식씨와 6촌간인 부친 허만정씨가 구인회 회장에게 아들에 대한 경영수업을 맡기고 출자를 제안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로써 1947년 LG의 모체인 LG화학(당시 락희화학공업사) 영업담당 이사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LG전자 LG상사 등 LG의 주력 기업들을 두루 거치며 '영업'과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해 이들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 놓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허 명예회장은 1950∼60년대 당시 척박했던 국내시장을 개척하면서 화장품과 플라스틱 제품은 물론 라디오와 TV 등 LG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제품 판매를 도맡아 LG의 성장토대를 닦은 주역이었다. 그는 68년 초대 LG기획조정실장(LG상사 대표이사 겸임)을 맡은 뒤 구인회 창업회장의 지시를 받아 69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LG화학의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이어 LG전자 대표이사와 LG전선 대표이사,LG 부회장을 거쳐 84년 LG전선 회장 겸 LG 총괄부회장을 지냈다. 95년 구자경 당시 LG회장(현 LG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퇴임의사를 공식 표명하자 허 명예회장은 "구 회장이 퇴임한다면 나도 퇴임하겠다"며 창업세대들의 동반 은퇴를 유도해 구본무 LG회장,허창수 LG건설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 경영인에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후 허 명예회장은 LG전선 명예회장을 거쳐 지난 3월부터 LG건설 명예회장으로 마지막까지 LG를 위해 경륜을 펼쳐왔다. 47년 기업에 투신한 이후 평생동안 기업경영 외에는 한 눈을 팔지 않은 진정한 경영자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 결과 76년 '상공의 날' 유공 상공인 표창과 78년 '근로자의 날' 모범사용자 산업포장,86년 금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구위숙씨(74)와 장남 허창수 LG건설 회장 등 5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영결식은 8월2일 오전8시 서울대병원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발인은 8월2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포천군 내촌면. (02)760-2014∼5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