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환율 하락 추세에 '금'이 갔다. 국내 외환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과 시장심리가 일방적인 하락세를 벗어나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번주( 7. 29∼ 8. 2) 환율은 월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대외여건의 변화와 시장 수급상 균형가능성 대두로 반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주 후반의 기세가 단순 반등에 따른 조정인지, 추세 전환의 신호탄인지 쉽게 가늠이 어려운 가운데 1,200원대가 인식되고 있다. 환율 하락 추세가 꺾였다는 인식과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시장 변수간의 조합 속에 시중의 물량에 대한 확인이 철저히 요구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를 둘러싼 움직임도 적극적인 반등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월말 네고·SK텔레콤의 지분매각대금의 공급과 월초 결제·외국인 주식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맞불을 놓고 있다.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과 섣불리 시장 방향을 한 쪽으로 가늠할 수 없는 재료와 수급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일방적으로 흐르던 흐름이 럭비공처럼 튀어올라 어떤 방향으로 조타수를 잡을 것인지 일촉즉발의 상황에 다름아니다. ◆ 1,200원대 보인다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1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77.46원, 고점은 1,206.1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64.00원, 고점인 1,193.00원에서 상향한 것. 조정의 기운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 외환표: 은행권 딜러 주간환율 전망치) 조사결과, 위쪽으로 7명의 딜러가 '1,198∼1,200원'에서 반등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명의 딜러가 '1,210원', 각각 1명씩 '1,220원'과 '1,230원'까지 상승 가능성을 제시, 1,200원대 진입 시도가 예상됐다. 아래쪽으로는 '1,180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6명, '1,185원'에서 하락이 막힐 것으로 1명이 예상, 1,180원대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4명이 '1,170∼1,175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을 가졌다. 지난주 환율은 주초 물량부담으로 장중 20개월 및 연중 최저치인 1,164.00원까지 흘러내렸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가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졌음에도 강세 전환의 기미가 드러나자 달러/원 환율은 조정세를 보이며 주중반 1,170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SK텔레콤의 지분매각 등에 대한 예상으로 재차 하락세를 재개하는가 했던 환율은 26일 12거래일만에 1,190원대를 회복했다. 달러/엔의 상승, 역내외의 손절매수, 9일째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을 품고 1,190.4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 8일 1,191.4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자 전날 종가대비 19.50원 올라 상승폭이 지난해 4월 4일 21.50원이후 가장 컸다. ◆ 달러화의 궤도 조정 =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요인은 미국 달러화의 변화다. 지난주 후반 아시아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미국계 펀드들이 고객의 환매요구에 따라 각국 증시에서 순매도를 유발하고 달러수요가 급증했다. 환매수요가 이번주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주 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대비 118엔대로 올라서고 유로화에 대해 1달러 등가수준 밑으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 증시의 반등과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의 전망치 상회 등으로 달러/엔은 118엔대 후반까지 치솟은 끝에 118.79엔을 기록했다. 단기적으로 달러/엔은 115엔대 중반을 저점으로 반등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견해. 일본 정부의 개입이 끊임없이 달러/엔을 자극한 데다 뉴욕 증시의 하락에도 불구, 달러화는 강세 전환의 기미를 보였다. 이같은 달러/엔의 움직임에 맞춰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의 달러/원은 1,206원까지 폭등했다. 이번주 월요일 개장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1,200원대가 멀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 역외세력의 헤지성 매수세가 지난주에 이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이 120엔대로 반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전망이 우세해 역외매수세가 시장의 물량을 계속 흡수할 가능성도 크다. ◆ 수급상 '충돌', 기울기 측정 = 시장 수급이 혼란스러운 상태다. 환율 하락과정에서 줄곧 공급이 앞선 수급불균형 상태에서 수요 요인이 크게 부각됐다.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은 환율 반등으로 뒷짐을 진 채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급하게 내놓을 물량은 어느정도 처리됐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다. 지난주 SK(주)와 SK글로벌이 SK텔레콤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및 교환사채(EB)를 발행, 이번주 중반 16억8,000만달러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지난주 이 자금의 공급 예상으로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던 일부 세력이 달러/엔 상승으로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선 탓에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중립적인' 처리를 공언했다. 시장은 일단 정부에서 처리한다고 해도 규모가 큰 만큼 일정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를 흡수하면 개입 여력이 그만큼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주 시장 수급에 SK텔레콤 변수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홍승모 NAB 딜러는 "SK텔레콤 지분매각분의 시장 중립적 처리로 정부 개입 여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이 일단 적어지고 정부도 굳이 더 이상 끌어올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고가 한 발 뒤로 물러선 반면 결제수요의 유입도 충분히 예상된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졌던 결제가 고개를 들이대면서 월초에 어느정도 등장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더불어 지난주 금요일까지 9일동안 지속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역송금수요의 축적이라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6일 사상 네 번째로 많은 3,337억원의 주식순매도는 물론 15일부터 9거래일 내리 9,624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 불안으로 뮤추얼 펀드 등에 대한 환매요구가 거세지자 외국인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에 나섰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박준근 BNP 딜러는 "지난 2/4분기 환율이 떨어질 때 역외에서 17억달러의 헤지를 풀었다"며 "일부에서 이를 되감기 시작했으며 달러/엔에 민감한 것을 감안하면 매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